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6. 27. 21:50

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2장 수인 용병단




한화 07.


슈나이더는 호위도 종자도 뿌리치고 어둠 속의 거리를 달려갔다.

"어디 갔나! 악마 벨 제타!!"

뒷골목에서 소리를 지르며 그 모습을 찾는다.
습관이 된 로냐의 할아버지 로나도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나서 돌아오는 길.
거기에 벨 제타가 허무적인 미소를 띄우고 나타났기에 뛰어나간 것이다.
로냐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벨 제타를, 슈나이더는 망설임없이 쫓았다.

"여-기 야-."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벨 제타는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턱을 올려, 슈나이더를 내려다본다.

"로냐가 발견되지 않아서 고전하는 것 같네. 바보 같은 슈나이더."
"벨 제타!"
"후후. 가르쳐 줄까? 로냐의 위치."

그 말에 슈나이더는 눈을 부릅뜬다.
애타게 기다린 것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상대는 악마.
경계심을 높이고 검을 쥐었다.

"로냐는 잘 지내고 있어~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알려줄까? 새로운 생활, 굉장히 즐거운 거 같더라구. 그래도 불안한 것 같아……분명 네가 없기 때문이야, 슈나이더. 밤에는 울고 있는 거 같아. 너가 그립고 그립다고…… 불쌍하지?"


슬픈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벨 제타.
그런 로냐를 떠올리자 슈나이더는 가슴이 옥죄였다.

"어, 어떻게"
"만나러 가줄래?"
"물론이다."
"정말?"


벨 제타는 희색이 만면한 미소가 됐다.
슈나이더는 내심 안심한다.
누구도 로냐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으며 일축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기대로 가득 찼다.

"그럼 가르쳐 주-----------------울 리 없잖아 이 철부지 놈아!!"


아이의 순진한 것 같은 미소에서 일변하여 분노에 찬 악마의 얼굴로 바뀐다.

슈나이더는 몸을 떨고 검을 떨어뜨릴 뻔 했다.


"너의 일은 깨끗이 잊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게 당연하지! 니가 그리워서 밤 울고 있어? 그럴 리 있겠냐! 단 하룻밤도 그런 적 없어!! 니가 없어도 전혀 외롭지 않아! 인기가 넘쳐서 너도나도 접근하고! 네가 들어갈 틈 따윈 없어! 이 브아아아보가!"

악마 벨 제타는 손가락을 세우고 외친다.

"그보다, 전분 네 탓이야. 네가 로냐를 학원에서 쫓아낸 터에 쫓아갔더니!!!! 마도사와 엘프의 영웅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어! 니가 있을 때는 간단했는데! 뭐야 국가 최고의 마도사와 전설의 영웅이라니!! 세계의 붕괴라도 멈출 생각이야? 정말 무서운 두 사람인데!! 죽기 살기로 달아났다고! 웃기지 마!!! 1mm도 로냐에 접근할 수 없어. 이것도 다 니 탓이야, 바보 놈! 바보! 멍청이!"

지붕 위에 버둥거리며 날뛰던 벨 제타는 결국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 더 였는데…끄으으... 조금만 더 했으면 로냐가 나락에 빠졌는데……"


깜박이는 별이 산란하는 밤하늘을 향해 벨 제타는 손을 펼친다.
그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 너! 로냐에게 뭔가 했느냐!"
이번엔 슈나이더가 검을 빼들었다.

"너에게 탓할 이유는 없다!"

벨 제타는 일어나 슈나이더를 노려보았다.

"계속 네가 나에게서 지키던 주제에! 그걸 포기하면 로냐가 어떻게 될지 상상도 못했나?? 악마에게라도 홀린라면 모를까, 그냥 여자 하나에 빠져서 바보 같아. 바보 쓰레기. 너 따위 로냐와 평생 보지 못한 채 찾아다니는게 좋다!"


그런 것은 상상하지 않았다.
이별을 고한 뒤 로냐가 어떻게 될지 따윈 마음에 두지 않은 것이다.
그 사실이 가슴을 찌른다.
벨 제타는 뻔한 사실로 그렇게 몰아세웠다.

"됐어! 힘으로라도 답을 듣겠다!"
"하는거냐!"

슈나이더는 검을 내밀었다.
그러자 벨 제타도 자세를 잡았다.

그 때 였다.

커다란 하얀 늑대가 덮친다.
그것은 눈보라였다.

완전히 슈나이더에만 집중했던 벨 제타는 허를 찔렸다.
지붕에서 굴러 떨어져 뒷골목에 어느 한 구석에 낙하했다.

"동생에게 상관 하지 마라. 악마 놈."

마법을 날린 인물, 그것은 로냐와 비슷한 외모의 남자.
짧은 백 은발과 푸른 눈동자.
그러나 전혀 다른 날카로운 눈빛.
로냐의 오빠 로발트 다.

"크... 웃기지 마, 너에게 들을 말은 아니야!"

오른 팔이 얼어붙은 벨 제타는 겨우 일어서서 반박했다.

"오빠 행세나 하고……!"
"기다려라 벨 제타!!"

그 말을 뱉은 벨 제타가 곧바로 어둠으로 사라진다.
쫓아가려 했던 슈나이더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 엘프의 영웅, 그리고 왕국 최고의 마도사가 손 잡고도 붙잡지 못한 악마이다.
기습 공격이 통한 것은 행운이다.
또는 실력이거나.

"……슈나이더·제오란드님."

로발트·가뷔제라는 슈나이더를 일별하며 차갑게 이름을 불렀다.
옛날부터 그는 이런 태도였다.

"당신도 여동생에게는 이제 상관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뭐."
"저것은 원래 귀족의 자리에 맞지 않았습니다. 서민처럼 찻집을 운영하는 것이 잘 어울립니다. 원래, 이제 와서 동생에게 무슨 일 이십니까? 제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버린 것은 당신이겠지요. 그래서 우리 집도 오명을 썼고요."

예의 바른 말을 고르고 있어도 차갑고 예리한 목소리였다.

"달콤한 말로 꾀어 놓고는 갑자기 손바닥을 뒤집어 버렸을 텐데. 아직 뭔가 남았습니까? 왜 기를 쓰고 되돌리려고 하고 있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슈나이더는 숨을 삼키고 긴장으로 떨리는 것을 버텼다.

로발트는 아직도 오명이 억울했을 가능성을 모르는 것이다.
로발트의 말대로, 로냐는 귀족의 세계에서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여성에 대한 것은 모르니, 그녀에게 좋은 것이 있는 건지 어떤 건지 본인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적어도 로냐가 로발트에게 억지로 끌려가는 전개만은 피하게 하고 싶다.
그러나 모두가, 슈나이더가 로냐와 만나는 것을 반대한다.

"같은 것을 말하게 됩니다만, 동생에게 다시는 얽히지 말았으면 좋습니다."

그는 그 말을 하고 떠났다.
슈나이더는 분노를 느낀다.
벨 제타의 말처럼 로발트에게 듣고 싶지 않았다.
오빠 답지 않은 그에게는.

거기서 한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로발트가 힌트를 남긴 것을.

"찻집을 운영……?"

최후라는 힌트도 있었고, 헨델이 경영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정보도 떠오르자, 로냐가 끄트머리 거리에서 찻집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며칠 후.
끄트머리 거리를 찾아간 슈나이더는 그긋한 찻집을 찾아냈다.

드디어 재회의 순간! 이라고 생각하며 문을 열려고 할 때였다.
하얀 문에는 폐점의 문자가 있다.
아직 시간은 정오였다.

"로냐!? 로냐!? 로냐!"

악마 벨 제타의 저주가 된 듯 슈나이더는 그 날 만나지 못한 것이었다.


◆ ◇ ◆ 덤 ◆ ◇ ◆

그것은 몇시간 전.

"국왕 폐하. 이제 나라에 돌아갑시다"

커다란 남자가 느긋하게 앉아있다.
그 피부는 하늘처럼 푸르다.
종족은, 요정, 진이다.

"앞으로 한가지만 더다!"

책상 다리를 한 채 왕관을 쓴 거인이 호쾌하게 웃었다.

"그럼 지금 갈 거리를 마지막으로 할까요, 폐하"


무희풍의 의상으로 몸을 감싼 묘령의 여성도, 또 한 피부는 하늘같은 푸른색.
검은 머리를 뒤로 땋고 있는 그녀가 잔잔한 미소를 보낸다.

"음, 도무스 카자라는 거리인가?! 처음이구나! 어떻게 음미 할까, 으하하하!"


왕관을 쓴 지크 하르트 왕은 유쾌하게 웃음 소리를 올리며 로냐가 있는 거리를 향해 탈것을 움직였다.

그것은 멀리서 보면 하늘을 나는 융단.
가까이서 보면 융단 같은 털이 복슬거리는 엄청 엄청 커다란 복슬복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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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슈레기놈......


다음은 3장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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