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9. 12. 30. 22:47

성녀의 마력은 만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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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 09.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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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거야!"

 

"무슨일이지?"

 

 

노크도 없이 방으로 들어와 성큼성큼 돌진하는 유리의 모습을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바라봤다.

 

 

그러나 눈앞 책상 위에 손을 쿵하고 얹은 유리를

에르하르트는 수중의 서류에서 얼굴도 들지 않으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

 

 

눈에 띄게 차가워진 방안 공기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얼굴이 푸르게 변했다.

 

 

" 무슨일이지? 가 아니야! 왜 벌써 출발한 거야!"

 

 

유리가 한층 더 화를 내며 말하자 에르하르트가 그제야 얼굴을 들어올린다.

 

하지만 들어올린 얼굴에는 별다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유리가 쳐들어오는 것 또한 에르하르트의 예상대로였기 때문이다.

 

 

 

세이가 지방으로 원정을 가게 되고 가장 바쁘면서도 뜨겁게 달아오른것은 함께 갈 인력에 관한 것이었다.

 

세이를 숭배하고 있는 제 2 기사단과 세이와 가장 친분이 있는 제 3 기사단이 불타오른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게다가, 유리가 반드시 따라가고야 말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저번의 왕도 서쪽 숲 토벌을 간 것도

기사단 단장과 궁중 마도 사단 사단장의 참석이라는 과거의 사례를 살펴봐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통상의 토벌과 비교해서 과잉 전력인 것은 물론, 무엇보다 왕궁의 수비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참여하는 것에 허가가 나온 것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성녀]가 토벌에 참가한다는 것.

 

다음으로는 서쪽 숲에서 한번 큰 피해가 나왔던 것.

 

그리고 서쪽 숲은 왕도와 거리가 가깝고, 왕도 주변에서 무슨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곧바로 왕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세 가지 이유와 함께 여러가지 조율을 거친 뒤에야 유리가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비해 이번에는 지방 원정이다.

 

만약 왕도 주변에서 무슨일이 발생해도 곧장 돌아올 수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두 사람 이상의 단장이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시점에서 단독 행동만으로 단을 이끌고 토벌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유리는 후보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에르하르트는

유리라면 세이가 참여하는 이상 이유를 불문하고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쪽 숲에서 대량의 마물을 처리하기에 바빠 [성녀]마법을 차분히 관찰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유리는 심각할 정도로 아쉬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이가 아직도[성녀]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없다고는 하지만

이번 전지 훈련지인 클라우스 나 령에는 검은 늪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다시 마법을 발동시키는 기회가 있을 가능성도 높았다.

 

 

이 기회를 유리가 빤히 보면서 놓칠 리 없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무슨일이 있어도 따라가겠다는 유리를 보면서, 에르하르트는 계책을 짜냈다.

 

무척이나 고된 작업이긴 했지만

세이가 원정길에 오르는 날짜를 유리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면서 앞당긴 것이다.

 

정확히는 유리에게는 실제 날짜보다 늦은 날로 전달했던 것이다.

 

 

 

하지만 원정에는 당연하게도 준비가 필요하다,

그것을 보고 유리가 눈치 챌 가능성도 있었다.

 

그걸 막기 위해 여러가지로 위장하며 자신의 동생이기도 한 제3 기사단의 단장, 알베르토에게도 협조를 요청했다.

대가는 원정에 참여하는 기사단이 제3 기사단이 되도록 추천하는 것.

 

물론 알베르토가 기꺼이 협력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협력을 요청한 것은 알베르토만이 아니었다.

 

세이와 세이가 소속된 약용 식물 연구소 소장인 요한에게도 협조를 요청했다.

연구소는 기사단에 포션을 도매하고 있기에 원정 준비와도 관련이 깊다.

 

게다가, 세이는 마법 훈련 때문에 유리와 만날 기회가 많다.

 

그런 세이의 입에서 실제 출발 날짜가 알려질 가능성이 높아,

세이에게 입막음하고 요한에게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이에게도 가짜 출발일을 전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도, 세이도 요한도 유리의 성격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두 사람 모두 선뜻 협력해 주었다.

 

특히 요한은 평소 유리의 언동에 휘둘리는 에르하르트를 동정하고 있었던 것도 있어서 흔쾌히 동의했다.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요한도 여러가지로 부하의 일을 뒤치다꺼리하는데 고생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출발일이 당겨진 듯 하군."

"앞당겨져? 그런 소리는 듣지 못했다만"

 

"어차피 못 가니 들을 필요도 없을 텐데."

"나 여기 이 사단의 사단장인데."

 

"평소에도 사무 일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 네가 들을 필요가 있는가?"

"……"

 

 

 

에르하르트의 지적에 유리는 입을 다물다.

 

유리는 자신의 지위에 별달리 고집하지 않고 연구할 환경만 있으면 족했다.

 

그러나 유리가 입양된 곳의 귀족가가 권력과 명성을 갈구하며 강력하게 후원한 결과 유리는 사단장이 되었다.

 

그리고 원래 평민이면서 연구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유리의 보좌를 하기 위해, 타니아 왕국에서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호크가의 차남 에르하르트가 부사단장으로 임명됐다.

 

 

유리가 정치적인 부분에 있어서 장식물에 불과한 사단장임은 주지의 사실이고 유리 자신도 납득하고 있었다.

유리로서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은 반가웠기에

그것을 기회로 삼아 평소에 사무일의 대부분을 에르하르트에 몰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는 사단장의 일까지 처리하고 있기에 지위에 비해서 고생이 많은 에르하르트였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역이용해 유리에 출발일을 감춘 것이 통했고

여태까지의 고생이 보답 받은 형세였다..

 

 

 

 

 

"사무 일은 몰라도 마물 토벌에는 나도 갔으니까, 토벌에 관한 정보는 전해도 괜찮잖아?"

 

"출발일을 가르쳐 주면 몰래 갈 거잖아?"

 

 

 

에르하르트의 지적에 유리는 일순간 기가 죽은 듯 했지만

금방 입을 삐쭉였다.

 

에르하르트의 지적이 핵심을 찔렀다는 증거다.

그것을 보고 에르하르트는 안도와 기막힘이 섞인 한숨을 토했다.

 

 

"네가 원정에 참가 못하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했을 텐데……"

 

 

에르하르트의 비난 섞인 시선을 받으면서도 유리는 부루퉁한 얼굴을 바꾸지 않았다.

 

그 모습에 에르하르트는 다시 한숨을 토했지만

이번에는 유리의 폭주를 말린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사무 작업도 하라고 하며 유리에게 일을 배정했다.

 

 

 

그런 잠깐동안의 해프닝이 있고

궁정마도사단은 잠시 동안은 평소와도 같은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상황이 바뀐 것은 클라우스 나 령에 있는 알베르토에게서 왕궁으로 정시 보고서가 도착한 뒤엿다.

 

 

 

"역시, 클라우스 나 령의 마물도 꽤 늘어나 있는 듯 하구나"

". 그러나 아직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검은 늪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그렇습니다. 다만, 있을 가능성은 있다는 보고가 와 있습니다."

 

 

국왕의 물음에 재상이 대답한다.

 

보고서가 도착한 다음날 에르하르트는 재상의 부름을 받았다.

지정된 방에는 각 기사단 사단장도 모여있었다.

 

모두 모이고 나자 재상이 클라우스 나 령의 상황을 설명했다.

유리가 부재인 상황도 아닌데 부사단장인 에르하르트가 나온것은 유리보다 에르하르트가 듣는 편이 좋은 내용이었던 탓이기 때문인 듯하다.

 

이어서 들려주는 내용에 에르하르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성녀]님에 대한 것으로는, 마법발동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거 기쁜 일이구나."

 

 

세이가 [성녀]마법을 뜻대로 다룰 수 있게 됐다는 보고에 국왕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난다.

 

같이 듣고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모두들 이 자리에 유리가 없는 이유를 알아차렸다.

 

 

 

클라우스 나령에 대한 상황 설명이 끝나고 재상이 "질문이 있는가?" 라고 묻자, 2 기사단의 단장, 루돌프 아이브링거 가 손을 들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의 시선이 루돌프에게 모인다.

 

 

 

"검은 늪은 아직 발견되지 않습니다만 수색에 추가지원은 필요 없는 겁니까?"

 

"추가지원은 필요 없을 것이다. 현지 용병단과도 연계하여 영내를 샅샅이 수색하고 있다고 한다. 검은 늪이 발견되는 것도 시간 문제다."

 

 

 

루돌프의 질문에 재상이 대답했다.

 

목소리에 조금만 기가 막힌다는 음색이 포함된 것은 루돌프의 의도를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성 속성 마법을 쓸 수 있음을 세이가 감추지 못하게 된 이후

2기사단에는 세이를 숭배하는 사람이 많이 나왔다.

 

 

그 필두가 바로 제2 기사단의 부단장인 것이다.

 

3 기사단이 원정에 동행하게 됐을 때

부단장이 남의 눈에도 개의치 않고 무릎을 털썩하고 주저않아버린 것은

2 기사단에서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 후, 자신이 없는 곳에서 부단장과 기사들이 저주의 말을 토하던 것을 우연히 들어버린 루돌프는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바로 그 시점에 이번 소집이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제2 기사단에서 사람을 뽑아간다면

부단장과 기사들의 울분을 조금이라도 풀어 줄 수 있겠다고 루돌프가 생각한 것은 당연하다.

 

 

누구나 부하들로부터 저주을 받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2 기사단의 단장과 부단장에 대해 잘 아는 재상에게 있어

그런 루돌프의 생각 따위는 손바닥 안이었다.

 

 

 

 

 

"급히 찾을 필요는 없다. 입니까?"

 

"[성녀]님이 클라우스 나 령에 간 뒤로 마물의 수가 줄어들고 있고, 더 이상 인력을 배치하며 서두를 필요도 없다."

 

"검은 늪 주변에는 마물이 잔뜩 있다고 들었는데, 인원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겁니까?"

 

"이번에 동행한 제3 기사단은 실제로 서쪽 숲에서 늪을 처리 하기도 했다. 위험한 것은 맞지만 서쪽 숲에서의 경험을 살린다면 지금 인원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단칼에 잘라내는 재상의 말에 루돌프의 눈 꼬리가 떨어진다.

 

재상으로서도 클라우스 나 령에 필요 이상의 인원을 할애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왕궁에서 사람을 파견하면 그만큼 자원 분배 등 여러 가지 일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상황을 유지한 채 추이를 지켜본다는 것으로 회의를 마쳤다.

 

 

 

 

회의가 있은지 며칠 뒤,

에르하르트는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느낌이 이상한 것은 아침부터 유리의 모습을 보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였다.

평소 같으면 훈련장에라도 틀어박혀서 있는걸까? 하며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날은 왠지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다.

 

근처에 있던 궁정 마도사를 한명 불러 훈련장에 가서 유리를 찾으라고 한 뒤,

자신도 마도사들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방 안을 둘러보며 유리가 없음을 확인한다.

 

마도사들에게 유리를 보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한명에게서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토벌을 하러 갔다고?"

 

"ㄴㅔ, "

 

"혼자?"

 

"아뇨, 다른 사람도 몇명 데리고 나간 듯 합니다"

 

 

 

마도사의 답변을 듣고 에르하르트의 미간에는 주름이 잡혔다.

 

마법을 갈고닦기 위해 유리가 혼자 인근 숲으로 토벌을 하러 가는 것은 비교적 흔한 일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는 일은 드물다.

 

뒤이어 유리에게 끌려간 자들의 이름을 듣고나자

에르하르트의 얼굴은 더욱 심란하게 변했다.

 

유리가 데리고 나간 사람들 중에 아이라 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리는 부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기도 해서

세이와 함께 소환된 아이라 역시[성녀] 일 가능성이 있다고 특별시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은 아이라가 궁중 마도 사단에 배속된 것도 [성녀]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라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아이라는 궁중 마도 사단 안에서 조금이지만 특별 취급되고 있었다.

 

 

 

유리의 평소와 같지 않은 행동에 주변에서 보고 있던 사람도 어느정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한 것 같다.

 

그러나 함께가는 인원 속에 아이라가 들어있었기에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기에 멈추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은 에르하르트는 두통을 참으려는 듯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바로 그때

2 기사단 단장인 루돌프가 달려들어 왔다.

 

당황한 듯한 루돌프의 모습에 방 안에 있던 마도사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험상궂은 얼굴을 한 루돌프는 입구에서 숨을 고른 뒤, 에르하르트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왔다.

 

점점 더 짙어지는 꺼림칙한 예감에

에르하르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루돌프를 본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우리 기사들이 궁중 마도사들과 함께 토벌을 하러 갔다고 한다"

 

"토벌?"

 

"그래, 서쪽 숲에서 대형 마물이 나왔다는 소식 때문에 갔던 것 같았는데,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라고요?"

 

"아무래도 클라우스 나령으로 간 것 같다."

 

 

 

익숙한 지명에 에르하르트의 관자 놀이에는 핏대가 솟아올랐다.

 

근처에 있던 마도사들이 눈치채고 조용히 거리를 벌린다.

 

 

 

에르하르트는 십중팔구 유리가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루돌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2 기사단에서 사라진 것은 세이와 함께 원정을 가고 싶어했던 사람들 뿐이었다.

 

기사들이 이번 사건을 계획하고

왕도 주변의 통상적인 토벌이라고 속이기 위해 궁중마사들도 함께 데리고 간게 아닐까 하는 것이 루돌프의 예상이었다.

 

 

발각되면 계획한 사람은 당연히 징계를 받겠지만 징계보다 세이를 우선했을 것이다.

 

 

정말 신앙이란 무섭다.

 

참고로, 부단장은 두고 간 것이다.

 

부단장이 함께 가면 여러가지 의미로 더욱 눈에 띄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쪽을 말려들게 해서 미안하다."

"아뇨 끌어들인 것은 이쪽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사단장도 사라졌습니다."

 

 

 

에르하르트의 말에 루돌프는 입을 벌린 채 굳어졌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는 재상에게 보고하는 것을 제안했다.

 

일이 일인 만큼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하는 루돌프에게 에르하르트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둘은 재빨리 궁정 마도 사단의 관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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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는 사람 있나요?

 

없죠?

 

없는거 다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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