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3. 20. 23:03

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194


카네기스는 뒤돌아 피들을 보더니 조금 놀란다.

" 그런가, 동료를 돕기 위해 발 묶기에 남은 견습 기사들이라는 것은 자네들이었는가."

그리고는 문득 피들의 표정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지만 그 표정은 좀 심하군. 안심하도록. 자네들을 도울테니까."


카네기스는 쓴웃음을 도중에서 미소로 바꾸고 그렇게 단언한다.

솔직히 가까스로 찾아온 구원이었지만 피들은 미덥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좋은 추억은 없는 것이다…….


피가 무심코 떠올려 버린 인물을 다시 떠올리자 부끄러워졌다...

소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카네기스가 숲의 한 방향을 가리킨다.

"저쪽의 적은 쓰러뜨려 놨으니, 저쪽으로 도망쳐라. 아, 그 전에. "

카네기스는 검을 겨누었다.

"아직 적이 오는가 보구나."

세명 정도의 병사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피들은 몸을 돌려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카네기스는 땅을 박차고 나아가더니, 상대의 검을 피하며 교차하는 한 순간에 상대의 갑옷 틈을 베어냈다.
그렇게 단숨에 쓰러뜨렸다.

(이……이 사람 강해……)

피들은 놀란다.

카네기스는 피들에게 싱긋 웃으며 말 한다.

"자, 도망가거라."

피들도 그 말에 따라, 도망 치려고 했을 때 왠지 카네기스가 멈춰섰다.
이런 상황에서도 온화하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뀐다.

"아무래도 저쪽에서 엄청난 인원이 오는 것 같구나. 너희들은 도망 가거라. 아마도 포위 하던 군인들이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는 보고하러 간게 아닐까. 저쪽도 수를 모은 만큼 포위는 상당히 얇아 져 있을 것이다."
"그런. 카네기스 씨를 두고 도망 갈 수 없어요!"

피들은 그 말에 오히려 멈추어 선다.
도망친다면 카네기스 씨를 두고 가게 된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적의 수는 아직도 많다, 혼자서는 어려운 것이다.

피들은 어디까지나 모두 함께 살아나고 싶다.
그것은 기사인 카네기스 씨라도 예외는 아니다.

"너희들 여기선 어른의 말을 들어야...!… 늦었나..."

카네기스는 피들을 설득하려했지만 늦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병사들의 발소리는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어둠에 침식된 숲 속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게류스의 목소리다.

"이게 누구야, 아이들을 뒤쫓았더니 대단히 반가운 얼굴이 있구나."

피들을 찾아 히죽거리는 웃음을 짓는 게류스의 얼굴을 보고 카네기스는 처음 보는 차가운 얼굴을 했다.

"오랜만이네요, 선배..."



***



"선배라니…… 아는 사람인가요……?"

적의 대장과 카네기스가 면식이 있는것에 피 일행들이 놀란다.
카네기스는 내뱉듯이 말했다.

"죄를 짓고는 그것을 은폐하려 했다. 그렇지만 폭로당하고 기사직에서 쫓겨나 감옥에 갇히게 됐다. 그래서 범죄 조직의 손을 빌려 도망 쳤다. 그런 남자다. 기사의 수치야."

그 말에 게류스가 얼굴을 바꾸고 격앙스럽게 외친다.

"닥쳐, 그건 부당한 제재다! 그런 걸로 기사를 내치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사람을 3명 죽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나는 그냥 술에 취해서 빈민들을 3명 밖에 안죽인 건데. 저놈들은 쓰레기다! 말종이다! 이 나라에 모이는 기생충이다! 그런 쓰레기의 목숨이 몇개 가지고 , 귀족인 나의 둘도 없는 인생의 가치에는 발밑에도 미치지 않잖아!"


그 말에 피들은 다시 한번 게류스라는 남자에게 경멸의 눈길을 돌린다.
그러나 게류스는 그런 표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의 정당성을 아우성을 쳤고.

"선왕 님의 시대는 그래도 괜찮았겠지. 그런데 그 왕은 취임하면서 일부러 나의 과거의 죄를 들추어내고는 죄를 따졌나. 그런게 좋을 리가 없어. 그런 것 용서 받아서 좋을 리가 없어…….그 놈 때문에 내 인생은 엉망이 되었다... 웃기지 마……젠장……"

그리고 게류스는 목 안에서 광소를 흘리더니 탁한 눈으로 피들을 본다.

"그래서 그 녀석이 아끼는 견습 기사를 붙잡아서 이 몸의 노예로 삼아 주기로 했지. 저놈이 기대하는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들이 나에게 무릎을 꿇고 쓰레기처럼 사용되다가 피를 토하며 죽어 가는거야. 키히히힣 기분 끝내줄거 같지 않아……?"

카네기스는 게류스의 변명도 되지 않는 변명에 내뱉듯이 대답했다.

"악당의 변명도 듣기 거북한 것 같군요. 그 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네가 몰락하는 것이 당연한 쓰레기였다는 것 뿐이다."


그리고 카네기스 씨는 좀 어색하게 피들을 돌아봤다.

"아, 딱히 자신이 저지른 것을 반성하지 않는 게 아냐. 그때 나도 대강 쓰레기였다고 물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이런 상대는 분명히 해놓지 않으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앞을 보세요!"
"앞에!"
"앞앞앞앞!"
"앞!"

갑자기 적의 눈앞에서 피들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시작한 카네기스에게 피들이 외친다.
피들에게 떠밀려 카네기스는 검을 겨누고, 게류스와 마주 했다.

게류스는 히죽거리며 카네기스에게 반박한다.

" 잘난 듯한 말을 하고 있는데, 너는 어떤가, 카네기스? 지금의 취급에 만족하고 있니? 들은 이야기로는 엘리트에 혈통이 좋은 네가 아직 제1기사대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하던데."
"음……잘 알고있네요……"

실제로 신경 쓰이는 것이었을까.
그 일을 지적하자 카네기스가 조금 싫은 듯이 얼굴을 찡그린다.

"그 아이들을 버리고 이쪽으로 와라, 카네기스. 역시 짐덩어리를 들고 싸우는 것은 꽤 힘들잖아? 뭐, 너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야."

게류스는 카네기스에게 피들을 버리도록 타이른다.

"우리와 함께해서 조금…… 이렇게 조금만 더 버티는 것만으로 좋다. 그리고 귀족인 우리가 소홀히 대접당하는 이런 잘못된 시대는 끝날 것이다. 우리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바른 시대가 온다! 출세도 지위도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다. 협력하면 너에게도 응분의 지위가 주어질거다. 동경했던 제1기사대의 요직은 어때? 카네기스, 우리의 동료가 되라. "
"그런 시대, 진심으로 온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당연하다. 원래 이 나라를 오랫동안 붙들어 온 것은 우리 귀족이다. 그런 우리들을 우대하는 것이야말로, 만사가 올바르게 굴러가는 방법이야."

카네기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긁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것도 일리 정도는 있네요. 일리 정도는……"
"카, 카네기스 씨……"


게류스의 말에 따르는 카네기스의 말에 피들이 동요한다.
지금 카네기스가 게류스의 옆에 선다면 이제 자신들에게 승산은 없다.

그러나 피들이 걱정하지 않더라도 카네기스는 게류스에게 칼을 겨누며 째려보면서 경멸의 말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런 낡은 귀족의 시시한 이치는 몇개나 있어도 사절이다, 바보 자식아!"

그 말에 피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거꾸로 게류스의 얼굴은 분노로 물들었다.

"좋다, 너도 그 아이들과 함께 죽여주지 카네기스. 원래 전부터 너는 마음에 들지 않았었어. 귀족 주제에 평민의 견습 기사들과도 친근한 얼굴을 하고 있다니, 게다가 실력을 뽐내고 인기를 얻고 싶은 건가. 내 권유를 거절했던 것을 저승에 후회하게 해주지."
" 그거 알나요? 그런 말을 하는 인간의 말로는 대체로 뻔하다는걸. 악당한테는 반드시 벌이 내리니까요. "


카네기스는 게류스에게 큰소리를 지르더니 피들을 돌아보고 무안하게 다시 말하기 시작하다.

"아, 별로 자신이 나쁜 일을 한 것을 잊은 건 아냐. 하지만 그 봐봐, 어른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이럴 때는 당당하게 ― ―"
"그러니까 앞을 보세요! 앞!"
"앞!앞!"
"앞에!"
"앞에 앞에!"

피들은 비명을 질라, 카네기스가 앞을 보게 한다.

"이놈들을 죽여라! 한명도 놓치지 마라!"

게류스의 지시를 받고 병사들이 검을 쳐들고 피들에게 다가온다.

피들을 포위하려던 병사들도 합류했는지 그 숫자가 상당히 많다.
쉽게 도망 갈 수 없었다.

그런데도 카네기스 씨는 계속 있을 거 같다.
그렇다면 피들도 도망 칠 생각은 없다.


***


전투가 시작되고 한동안 피들은 자신들의 판단을 후회했다.

(우리, 짐이 되고 있어...)

적에게 포위되면서 피들은 등을 맞대고, 적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었다.

적은 인원이지만, 중장비와 검밖에 없는 탓인지 마주 보는 인원은 적다.
그런 덕에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요인은 카네기스 씨가 자신들의 지원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해 질 것 같으면 지체 없이 움직여 자신들을 돕고, 무너지는 것을 막는다.

특히 한 팔밖에 쓸 수 없는 피와 쿠인은 카네기스의 옆에서 싸웠으나 거의 도움을 받기만 했다.
어쩌면 카네기스 혼자였던 편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피들은 카네기스의 실력을 신뢰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하하하하.. 이게 뭐냐, 카네기스. 견습 시절은 천재로 인기를 구가하던 너도 여기서 아이들과 함께 헛되이 죽는거다. 도대체 너는..이 몸과 우리 귀족 선배들의 이름에 먹칠을 해 주었었지. 3년 연속 검술 시합의 대장으로 뽑힌 주제에, 3차례 모두 평민 쓰레기에게 지다니."
"3년 연속 진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상대가 쓰레기는 것은 정정해야겠지만요? 그래도 아이들의 목숨을 바칠 만한 것은 아니네요."

카네기스는 게류스와 말을 주고받으며 피들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신호를 하면 도망가라. 이건 명령이다."
이번엔 피들은 순순히 수긍했다.
그것을 확인한 카네기스는 게류스에게 시선을 돌린다.

"분명히 여기서 끝날 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당신의 목 정도는 손에 넣어야겠지요."

그렇게 말한 카네기스는 몸을 가라앉히고, 피들에서 뛰쳐나와 게류스 쪽으로 향한다.

걸림돌이 된 병사들을 차례로 베고 때려눕히고 딛으며 그 몸을 게류스의 근처까지 육박시킨다.

게류스는 초조한 표정으로 외친다.

"나, 나를 지켜라! 여기에 인원을 더 늘려!"


그 지시를 듣고 병사들이 게류스를 지키기위해 가까이 달려간다.

피들의 포위가 얇아 졌다.


카네기스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이라면 그럴 줄 알았어. 가라!"

그 말과 동시에 피들은 타이밍을 맞추고 한 점에 힘을 모아 얇아 진 병사들의 포위를 돌파한다.
그리고 카네기스에게 지시받은 방향으로 전력으로 달아났다.

"기, 기다려라!"
" 쫓아라!"
" 잡아!"

병사들이 그것을 추격하려 했으나 그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런, 누가 있었는지 잊은 거 아닌가?"

피들에게 의식을 돌린 틈에 카네기스가 뒤돌아 피들을 쫒으려는 병사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틈을 보인 병사들을 순식간에 잘려졌다.

피들을 잡으려고 하던 군인들의 발길이 저절로 멈췄다.



홀로 그 자리에 남은 카네기스는 천천히 병사들 쪽을 돌아보고 검에 묻은 피를 날렸다.

그 눈빛은 병사들의 발을 멈춰세웠다.


"이 등 뒤에는 향후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있다."


카네기스는 자신보다 훨씬 많은 병사들에게 선언했다.


"이 앞은 한명도 지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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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카네기스




.....죽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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