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제22화
새벽녘
제22화
재녀(才女)라는 단어에서 상상하던 여성과 눈앞의 브리지스틴 남작 영애는 거의 정반대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달랐다.
저택의 잘 닦인 응접실 마루 위에 우아하게 서 있는 모습은 확실히 귀족인 것으로 보이지만.
질 좋은 복장과 맞지 않는 눈매를 이상할 정도로 지나치게 강조한 화장이, 미안하게도 품질을 낮추고 있다고 표현 할 수밖에 없다.
아마 아직 젊디젊은 여성이겠지만, 그 과잉 화장 때문에 몇살은 연상으로 보였다.
이것이 이 세상의 일반적인 귀족 여성의 화장법이라고 한다면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을 것이다.
그 감상을 가슴 속 깊이 가라앉히고, 나는 미소를 지어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브리지스틴님. 발걸음해 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나를 위해서 온 사람이다.
나는 기분을 해치지 않게끔 세심하게 인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브리지스틴양은 나를 보고 한숨을 토했다.
적어도 귀족이 아니라는 정보는 듣고 있었을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보통 귀족이란, 이런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라크씨. 오늘부터 리카르도님의 부탁으로 내가 교사 역을 맡아주었습니다."
리카르도의 이름을 강조하면서 말했다.
마지못해 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맡아 준 것은 그의 얼굴 덕분일 것이다.
이번에는 도움이 됐지만, 너무 친근함을 뿌리고 다니면, 질투로 아수라장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시킨 자신의 일은 접어 두고, 리카르도의 여자 관계를 약간 걱정했다.
"그런데 그라크씨는 리카르도님과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군요. 리카르도님은 당신에 대해 은인에 관련된 분이라고 말씀하고 있었습니다만. "
관계 있는 분은 커녕 그 본인이다.
리카르도도 꽤 애매하게 속여 놓은 것이다.
"...잠시 인연이 있어서요. 조금 신경을 써 주실 뿐입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리카르도 못지 않은 애매한 말투에 포기했는지, 그 이상으로 추궁하지는 않았다.
" 그렇습니까"
그러나 평민이라고 깔보는 태도를 숨기지 않는 대답은 냉담한 말투였다.
그런 상대에게 넘치는 섣불리 나서는 것도 좋지 않다.
이번에는 되물어 볼까.
"저 자신도, 왜 신경을 써 주시는지 잘 모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저에게 해 주시는 이상, 그만큼 저를 가까이 두고 싶다는 목적이라도 있는게 아닐까요. "
"음, 그렇네요."
브리지스틴양이 여러가지 생각에 빠진 것이 한눈에 보인다.
혹시 내가 리카르도의 양자라도 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은근히 드러낸 것이다.
그 유도대로 그녀는 스스로 답을 내놓은 것 같다.
"지금부터 잠시 함께 지내게 되는 것이니, 나를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습니다."
갑자기 친절하게 된 브리지스틴양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것으로 내가 리카르도의 양자라도 되고, 그녀가 리카르도의 마음을 가지게 되어, 어머니라고 부르게 할 셈인가.
여성스러운 귀여움과 흐뭇함을 녹여낸 미소를 지었다.
"그럼, 허쉬님, 잘 부탁 드립니다."
"네. 그럼 시작할까요?"
마음을 다잡아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날의 내용은 파티에 초대됐을 때 기억해야 할 예의 범절이었다.
하나의 동작 자체는 쉬워도 여러 동작을 기억하게 되면 꽤 힘들고, 특히 곤란한 것은 상대의 신분에 따라 범절이 무례하게 되어버리는 경우이다.
자신의 기억력 나쁨을 원망하며, 엄격하게 지도하는 허쉬님과의 시간은 곧 지나갔다.
겉보기와 달리 제대로 가르쳐 주는 허쉬님을 선택한 리카르도의 눈썰미에는 감탄한다.
슬슬 끝날 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입실 허용을 요구하는 노크 소리가 그 커다란 방에 울렸다.
"네. 들어오세요."
할 수 없이 수업을 일시 중단한다.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연 리카르도에, 허쉬님은 눈을 빛내며 맞이했다.
"리카르도님!"
목청도 한층 높아진다.
소녀처럼 일직선으로 달려갔다.
죄 많은 남자구나.
어느 때보다 이른 그의 귀가는 수업이 궁금했기 때문이리라.
리카르도는 기사 옷 그대로의 모습으로 입가를 올리고 미소를 만들며 허쉬님에게 물었다.
"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쉬님. 첫날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서투른 곳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잘 되어요. 의욕도 있으니 곧 익숙해지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건 다행이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허쉬님과 두세 마디 나눈 리카르도가 이번에는 나를 보고 다가왔다.
"하루카씨, 수업은 진척되고 있나요? ...너무 열심히 하기보다는 적절히 휴식하세요. 당신은 성실한 편이라 걱정입니다."
"리카르도님 정도는 아닙니다. 오늘은 빨리 오려고 무리한 것 아닙니까?"
"아니요. 이 정도 고생에도 안 드는 축입니다."
정말이냐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하고 있으니, 허쉬님이 나에게 다가서며 어깨를 양손으로 잡았다.
"리카르도님, 하루카씨는 우수 학생이라 정말 가르치는 보람이 있습니다. 우린 오늘로 많이 친해지게 된 거에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몸에 나를 끌어당긴다.
아마 사이가 좋음을 호소하고 싶겠지만, 그 때문에 풍만함이 등에 느껴졌다.
여성끼리이므로 전혀 반갑지 않다.
아직 오해한 채 임을 떠올리며 웃음을 자제하자,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되어 버렸다.
"네. 거리 출신 답지 않을 정도로 기본이 되어 있어 놀라고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귀족 중에는 받아들이겠다는 요청도 있겠죠."
나에 대한 리카르도의 태도를 보고 나를 칭찬하는 것이 호감도가 오른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리카르도는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선뜻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습니까...네, 그렇죠"
입으로는 수긍하고 있을 터인데 표정은 기묘하게 굳어 있다.
웃는 걸 실패한 듯한 얼굴이었다.
"리카르도님?"
"무엇입니까"
그러나 허쉬양이 걱정하며 말을 걸어도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추궁하고자 하더라도 두 사람이 환담을 시작했으니 시기를 놓쳤기에, 그 일을 듣지는 못 했다.
회화는 활기를 띠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좀 우울해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잠시 후 창밖의 모습을 보던 리카르도가 말했다.
"이야기에 열중해 버렸군요. 여성 혼자 밤길은 위험합니다.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어머, 유감이에요.모처럼 즐거웠는데."
리카르도와 조금이라도 오래 있고 싶어 하는 허쉬님을 둘이서 현관까지 배웅하다.
끝까지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이 안 보이게 되고나서 나는 리카르도에게 말을 걸었다.
"후후, 정말 여성스러운 귀여운 분이네요. 제가 리카르도의 양자로 들어갈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설마 그렇게 말씀 하셨나요?"
"아니요. 하지만 오해를 할 만한 것은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었나요."
리카르도는 납득하면서 밝은 모습으로 변했다.
틀림없이 씁쓸한 얼굴을 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던 나는 묘하게 밝아진 리카르도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내가 그의 양자가 된다면 기쁠 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아니면 제가 허쉬양과 가까워지는 것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가.
아니, 리카르도 자신이 데리고 왔으니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결국 그의 기분에 대해서는 잘 모른 채였다.
그러나, 그녀에게 오해를 하게 한 것에 대해서, 탓할 것이 없다는 것에 만족하고, 잊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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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여자: 하... 평민을 가르쳐야된다니.
미소년: 어쩌면 양자가 될 수도...
여자: .....!!! 와~ 우리 이렇게 친해요. 꺄르륵.
미남: 내가 상위입찰한 미소년에 손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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