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162.
그는 초조한 기분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초조감, 답답함, 걱정, 그런 감정이 가슴을 두드렸다.
유괴범들을 상대로 온갖 무기를 사용하는 소녀.
그러나 기억에 있던 평소 그녀의 움직임보다 조금 늦다.
다리를 다친 것을 알 수 있었다.
( 어찌해야 하지...)
카인은 자신의 마음에 묻는다.
그녀를 지킬 의무는 카인에게 없다.
그리고 주인의 명령도 없이 누군가를 지킨다는 감정을 풀은 가져선 안 된다.
그렇다면 이 주저함 자체가 풀로서는 있어서 안 되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카인의 손은 허리에 찬 은빛 칼을 쥐고 있었다.
(아직 괜찮아……아직……)
피 공주는 잘 처신하였다.
복수의 남자를 상대로 한다면 그녀의 힘으로는 상대를 쓰러뜨리기 어렵다.
그렇기에 잘 견제하면서 거리를 잡아 시간을 벌고 있었다.
특히 유용하게 작용하는 것이 갈루지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접이식 활이다.
전장에서는 장거리 무기가 있다는 것은 큰 어드밴티지가 된다.
누구라도 다치는 것은 싫고, 작은 화살도 급소에 맞으면 죽게 될 수가 있다, 그렇기에 반드시 움츠려 들게 된다.
상대는 검과 같은 근접 무기밖에 없고 경장이었다.
화살은 충분한 위협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카인은 알고 있었다.
이러다가 언젠가 잡힌다는 것을.
화살은 한개뿐이다.
그녀 자신 또한, 가져온 화살 수가 부족한 것을 자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목적을 정하고 급소를 빗겨서 노리는 것으로서 적들의 공포심을 부추기는 사용법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활 쏘기는 팔위크에게서 배운 것이다.
근거리라면 정확도가 상당히 좋다.
적당히 쏘아 팔과 발에 맞혀 버린다면 상대는 상처를 입는 것을 각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반대로 급소를 직접 겨냥하면 한 두 사람은 죽이겠지만 상대도 필사적으로 되어, 다치는 것을 신경쓰지 않고 다가와 피 공주를 죽이려 할 것이다.
상처를 입히지 않고 각자에게 공포심을 주며 상대의 움직임을 막는다.
이 상황에서는 가장 유효한 화살의 사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투를 개시한 시점에서 두 개가 남은 것은 역시 너무 적었다.
만약 화살의 수가 들키면 상대는 억지로라도 다가 온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과 함께 공포심은 흐려지게 되는 것이다.
카인의 예상대로 첫번째 화살에서 위축되던 상대도 이윽고 무리하게 접근하게 됐다.
소녀들을 놓쳤고, 증원이 오게 될지 모를 이 상황에서 대립에 가까운 상태는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검의 칼집을 조잡한 방패로 삼아 다가왔다.
충분한 장비가 있으면 별것 아닌 움직임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화살을 블러프로 쓰는 피 공주에게는 정답이었다.
피 공주도 곧 서로의 움직임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나머지 화살을 가장 선두의 남자의 발에 맞추고 도망가면 된다.
그러나 평소와 같은 준민한 움직임이 없었다.
(내가 나가면 저런자들은 금방이라도 쓰러뜨릴 수 있는데……)
그러나 그래서는 자신이 그녀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 들통나고 만다.
원래 그런 명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어렵다.
그렇지만 동시에 카인의 마음 속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면 버릴 것인가……저 아이를……』
이 반년 동안 함께 지내 온 그 아이를 ――.
천진 난만하게 자신을 보고 웃는 그 아이를 ――.
여러가지 기술을 자신에게 배우며 견습 기사로 버티고 있다는 그 아이를 ――.
좀 제멋 대로여서, 가끔 굉장한 성질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너무 착한 그 아이를 ――.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곤란하게 되면서도 죄책감을 안으면서도,
피 공주는 카인에게 귀여운 제자였다.
그 때 병원의 침대에 누워 있던 피의 모습이 카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피는 점점 몰리고 말았다.
나무를 등지고 남자들에게 둘러쌓였다.
『주인에게 받은 명령은 그녀의 감시 』
『 그 아이를 도와주지 않는 것인가 』
두개의 목소리가 카인 안에서 갈등한다.
다가온 남자를 피가 손바닥에 숨긴 칼로 벤다.
발끈한 남자는 피에게 칼을 들이댔다.
(히스군...!)
그 순간, 카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허리의 검을 빼고 남자의 손을 향해서 던졌다.
은빛 칼날이 공기를 가르고 피를 덮친 남자의 팔에 꽂혔다.
남자가 팔을 누르고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남자들의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있었다.
계속 피를 봐 왔기에 알고 있었다.
그녀와 친한, 이 지방의 영주를 하고 있는 소년이다.
검의 재능이 넘치는 소년이라면 유괴범 따위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쿠인은 차례로 유괴범들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훌륭하게 피를 도왔다.
피도 웃으면서 쿠인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한다.
그 광경을 보면서 카인은 한숨 돌리고 있었다.
보는 눈이 없는 틈에 무기를 살짝 가져간다.
카인은 자신의 무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뭔가 결심한 것도 아니다.
다만 몸이 움직이고 말았다.
게다가 풀로서는 실격인 행동.
하지만 동시에 안심하고 있었다.
(어쨌든...그 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보고해야 하는 것일까.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카인은 자신의 답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왕의 집무실, 로이는 오늘도 대량의 서류의 앞에서 펜을 움직였다.
그 앞에 사람이 서 있는 기척이 있다.
"네나인가? 드물군"
"네, 카인에게 정기 보고의 대리를 부탁받았습니다."
평소에는 카인이 다른 풀들의 정보도 모아 보고했다.
그러나 오늘은 네나가 그 역할을 맡은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나?"
"아뇨, 조금 시간이 엇갈렸을 뿐입니다"
네나는 간결하게 대답하고 고개를 흔든다.
그녀의 긴 검은 머리가 산뜻하게 흔들렸다.
로이는 그 머리가 궁금했다.
긴 머리는 어찌해도 방해가 되기 쉽다.
전투에서는 발각 될 위험이 있고, 자신의 시야를 가린 다는 것도 있다.
풀의 임무에서는 틀림없이 방해가 될 것이다.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고친다.
(아니, 풀도 사생활은 필요하다. 네나는 일의 성과도 충분히 좋다. 이 정도면 용서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로이는 풀이라는 제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 일이나 그들이 있는 방식 자체가 그들의 존재에 큰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은 보통 인간과는 다르다.
로이에게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이었다.
원하는 것이라면 그들도 개인으로서의 행복을 얻었으면 하고 있다.
그렇기에 ―― 풀을 앞에 두고 망설였다.
로이가 왕위를 이으면서 인원을 늘리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가능하다면 폐지하고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존재가 국가 운영에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인원을 늘리지 않은 것이 오히려 그들의 부담을 키우고 말았다는 생각도 든다.
암담한 심경이었다.
네나의 보고를 듣는 것이 끝났다.
로이는 그녀에게 묻는다.
"최근의 일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이 있는가?"
네나는 로이를 똑바로 보고 대답했다.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폐하. 모든것이 순조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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