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1. 22. 23:28

공작 가문에서 태어나서 첫날에 후계자 실격의 낙인이 찍혔지만 오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3.후계자 후보 아이들 (1)



그로부터 또 1년이지나 4살이 되었습니다.

아, 저에게는 자기 방이 주어져서, 거기서 살고 있습니다.
방 넓이는 1DK정도. 엄청 넓어!

그 방에서 오늘도 날라 온 맛있는 밥을 먹고 바닥에서 빈둥거리고 있다보면 시녀가 방에 찾아왔습니다.

"에트와님, 크로스 웰님께서 부르십니다"

그 말에 별일이네 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버님께 호출을 받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월 1회 만날 때는 함께 식사를 할 뿐이다.

그 외의 용건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시녀에게 손을 잡혀 아버님이 있는 방까지 복도를 따라 걷는다.

실피 공작가의 집은 성 같은 크기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것만 해도 상당한 거리를 걸어가야 한다.
음, 적자였더라면, 근처에 방이 주어졌겠지만.

"여기입니다."

시녀에게 안내받은 커다란 문 ――내 방문보다 훨씬 크다―― 이 달린 응접실 앞에 다다른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면 거기에는 아버님과 집사, 그리고 5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내 또래 남자 4명, 여자 1명.

각각 외모나 분위기는 다르지만 모두 어린이 모델을 하고 있을 법한 미모였다.
어쩐지 영리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아이들 5명은 소파에 앉아있고 그 반대편에 아버지가, 그리고 뒤에는 집사가 대기하고 있다.
내가 멍하니 서 있으니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왔느냐 에트와. 거기에 앉아 있거라."
"네."

아버지의 말씀에 좀 떨어진 곳에 놓아둔 의자에 앉는다.

5명의 아이들은 깍듯이, 의연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다.

이 아이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당연히 내 머리에는 그런 의문이 떠오른다.


"실베스트레 5후의 아이들인 그대들에게 오늘 모여달라고 한 것은 이전에 이야기했던 사정 때문이다."

실베스트레 5후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앗 하고 떠올렸다.
실피 공작가는 대귀족 답게, 다수의 분가를 갖는다.
그 중에서도, 가문이 높고 유력하며 본가에 가까운 취급인 것이 실베스트레 5후로 불리는 다섯 가문이다.

대대로 당주, 그 뒤를 지키는 호위 역이란 역할을 맡아 최악의 사태 때에는 입양 되어 실피가의 후계자가 되거나 한 적도 있는 것 같다.

"이 집에는 후계자가 없다. 아리안느는 이제 아이를 낳을 자신이 없는 것 같다.....그래서 너희에겐 이 가문의 후계자 후보가 되어줬으면 하고 생각한다."


아, 최악의 사태가 저군요.

아무래도 내가 태어난 것으로 어머니의 정신이 금간 것 같다.
나라에서도 최강 후보로서 그 이름을 올린 마법사인 아버지와 아이를 낳아 마력 거의 제로의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겠죠.

유서 깊은 공작가에 후사가 없는 문제 발생이다.

그래서 아버님은 실베스트레의 아이들을 불러 후계자 후보로 결정한 것 같다.
아, 미안…….


"너희들의 힘을 확인 했었다. 훌륭한 마력과 마법에 대한 재치다. 누구나 공작가의 상속자로서 걸맞은 마법사로 성장하고 있구나. 가능하면 너희들에게 이 가문의 후계자 후보가 됐으면 하고 바란다. 실베스트레 5후가에는 항상 폐를 끼친다."
"저희 집에는 매우 명예로운 이야기입니다. 감사의 말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실피 공작가의 후계자라는 큰일. 저 같은 사람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저도 최선을 다한 노력을 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뭐야 이 아이들 정말 4살입니까?
나와 동갑인데 이 아이들은 어른과 맞먹는 시원시원한 어조와 우아한 동작으로, 아버님의 말에 대답한다.

어쩐지 그들 주위에 반짝 반짝 빛나는 후광 같은 것이 보인다.
벌써 자신과는 다른 생물처럼 보인다.


마법의 재능 발군, 영리한 머리. 게다가 외모도 수려.
확실히 이 아이들은 공작가의 후계자 후보에 어울릴 것이다.

"그래서 후계자 후보인데, 현재, 너희들의 힘은 매우 균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안이하게 누군가를 선택하면 다른 집에 대한 불성실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실피 공작가와 실베스트레의 5후작가는 관계가 깊다.
이 말을 할 시점에 누군가 적당히 선택하는 것 따위는 못할 짓인 것이다.
가문들의 관계까지 생각하면 더욱 더.

"거기서 자네들한테는 이 집에서 살면서 15살이 될 때까지 시험을 받아 줬으면 한다. 그 중 가장 잘 성장하고 충실하게 역할을 수행 한 자를 이 공작가의 후계자로 선택하고 싶다."
"시험이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아버님께 묻는다.

"너희들이 본래 할 뻔했던 역할과 다르지 않다. 너희들에게는 실베스트레 5후의 본연의 업무인 호위 역을 맡기고 싶다. 그러면서 너희의 자질과 성장을 지켜보도록 하겠다."

그 말에 아이들은 역시 당황한 얼굴을 한다.

"하지만 지켜야 할 후계자가 없습니다."


당연하다.
후사가 없어 그들이 그 후보에 들어온 것이니까. 그런데 후사의 호위 역을 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때 아버님이 그런 말을 강 건너 불구경처럼 듣고 있던 나를 바라본다.

네, 저요……?
저는 아버님이 후계자 실격 판정을 내린 몸인데요.

"호위의 대상으로는 이 에트와를 쓴다."

정말?…….
후계자 실격인 인간을 지킨다니 무척 의미 없는 것 같다.
음... 지키는 의미 있는건가?
찾아오는 적 따위 없지않아?


나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본다.
아이들도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에트와님은……"

말을 흐리는 소년.
음, 기분은 안다....하고 싶은 말도 알 수 있다.

그러자 아버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아쉽게도 지킬 가치는 없다."

아니, 그렇게까지 분명하게 단언하면 조금 슬픈데요.

그런 나에게 집사가 다가와 내 목에 뭔가를 걸었다.
초록색 보석이 달린 목걸이다.
본적도 없는 맑은 남국의 바다 같은 빛깔을 하고 있고 신기한 무늬가 새겨지고 있다.

뭐지 이거.

"이것은 우리 실피가의 가보 중 하나이다. 바람의 대(大)정령석이다."

음, 위험하구만.
명백하게 비싸보이고, 귀중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있는 물건이 나왔다.
만약 없어지면, 가문이나 국가 차원으로 위험하게 될 것이다, 아마.


위험해 위험해.
그런 것을 나의 목에 걸어 준다니.

그러나 이 자리에는 내 의지를 조금도 반영하는 느낌이 없다.
덤덤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네들한테는 15세까지, 이 돌을 걸고 있는 이 아이를 지켜야 한다."

역시 가치가 없는 만큼은 가보로 대신 때운다는 거지.
아...음 ..뭐.. 터무니 없구만....이 아저씨…….
나의 아버지인데...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실피가의 가보, 대정령석을 지키겠습니다!"
"실피가의 보물, 절대 악당에게 넘겨주지 않겠습니다!"
"아리엘가의 인간으로서 크로스 웰님의 기대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응, 나 덤이구나.
완전히 덤.
대정령석이 메인…….


젠장, 알겠습니다요~
얌전하게 달고 있겠습니다.



이 소동의 원인은 나에게도 있기 때문에 나도 얌전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애초에 저항한다해도 어떻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던 아버지가 살짝 한번만 나의 눈을 보았다.
표면상은 언제나 그렇듯 아무 것도 없는 느낌의 표정이었지만……어쩐지 전해져온다

뭐야~, 그런 얼굴 하지 말라고...
대귀족의 당주가 되면 큰일이구나…….

나는 마음 속으로 한숨을 뱉고 이 상황을 완전히 받아들였다.


아버지가 떠나고 아이들만이 남는다.
왠지 서먹한 침묵이 우리를 감싼다.


그런 가운데 5후가 중 한 남자아이가 갑자기 소파에 몸을 내던지며 귀찮아 하는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왜 이런 약한 듯한 왜 있는지 모를 녀석의 호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어라? 이 아이, 아버님과 있을 때와는 태도가 전혀 다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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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 움직이는 보석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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