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사서가 되기위해 수단을 가릴 수 없어~
-제1부 병사의 딸-
한(閑)화.나의 구세주
나는 러츠, 5살이다.
디샤, 지크, 랄프라고 하는 세명의 형이 있고, 나는 막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판자문 사이에서 희미한 태양 빛이 드문드문 보였다.
눈보라가 며칠동안 이어진 뒤 인지라, 오래간만의 태양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맑다!
방이 추워지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판자문을 열어 밖을 내다 보았다.
구름 한점 없이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고 주변 일대의 설경이 태양빛을 반사해 거리를 반짝이고 있다.
"쩔어"
겨울에 이렇게 맑게 갠 날은 매우 적기 때문에 어른 아이 할것없이 일제히 숲으로 나간다.
놓치면 큰일이다.
나는 창문을 닫고 부엌으로 뛰어나갔다.
"루츠, 서두르자"
"응"
우리들이 숲에 도착하면 이미 팔우 쟁탈전이 시작되어 있었다.
눈으로 뒤덮힌 숲 속, 게다가 맑게 개인 아침이 아니면 나오지 않는 겨울의 귀중한 단맛이다.
누구라도 노리고 있다.
디샤 형의 목소리에 지크 형이 뛰어나가 나무에 올라간다.
나머지 세 사람은 나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불의 준비를 시작했다.
눈을 긁어 땅을 노출시키고 가져온 장작에 불을 붙인다.
지크 형이 어떤 열매를 딸지 결정한 것이 보였다.
"루츠, 이제 올라가서 준비했던 둬"
"응"
나는 지크 형이 있는 곳을 향해, 팔우의 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
팔우는 마목(魔木)이다.
얼음과 눈으로 만든 것 같은 하얀 나무로 갈라지는 곳이 많아 나무에 오르기는 쉽지만 열매는 나무의 높은 곳에 열린다.
보통의 나무라면 나이프를 사용해 열매를 따지만 팔우의 열매는 칼이 들지 않는다.
그것이 귀찮은 부분이다.
"루츠, 됐어?"
"좀 기다려"
지크 형의 뒤로 돌아가 빠르게 장갑을 벗고 지크 형이 잡은 가지의 아랫부분을 잡았다.
"하아, 춥네. 뒤는 부탁할께. 좀더 참고 있어"
"응, 알았어"
" 던진다! 받아!"
"위험해!빨리 내려와 러츠!"
형들의 고함 소리가 들리는 순간, 발밑의 가지가 크게 흔들렸다.
약간 몸을 내밀듯이 가지를 잡고 있던 나는 자세를 흐트리며 가지에 매달린 채 허공에 매달렸다.
"우와!"
나는 팔우의 열매와 함께 떨어졌다.
"우와아아아!"
밑이 푹신푹신한 눈이었다.
한번 매달린 상태가 된 뒤 손을 떼서 머리부터 떨어지지 않게 된 덕에 특별히 부상은 입지 않았다.
내가 뛰어내린것 처럼, 여기저기 팔우의 나무에서 잇달아 사람이 뛰어내린다.
채집의 시간은 끝났다.
사르륵 사르륵 하고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를 내면서, 반짝 반짝 빛을 반사하면 팔우의 나무가 빛을 찾아 점점 높게 자란다.
숲에서 가장 높아지면 무수히 우거진 나무 위로 솟아 마치 여자가 머리를 흔들어 머리카락이 찰랑이듯이, 바람 한점 없는데도 나무가 가지를 흔들었다.
흔들려서 빛이 닿은 가지에는 채취하지 못한 열매가 사방 팔방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모든 열매가 날아가면 팔우의 나무는 녹아 작아지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것이 숲의 다른 나무와는 달리, 겨울의 잠깐 사이 밖에 없는 마목 팔우이다.
" 끝났군"
" 돌아갈까"
"그릇 준비는 됐어?"
"응!"
마른 나뭇가지에 난로의 불을 옮겨 붙이고, 팔우열매에 가져다 댄다.
그러면 그 부분만 녹아 껍질이 찢어져서 안에 있는 걸쭉한 과즙이 넘쳐나는 것이다.
집 안에 은은한 단내가 퍼진다.
나는 꿀꺽 침을 삼키면서도 달콤한 냄새가 나는 과즙을 흘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그릇에 담는다.
귀중한 단맛이되는 과즙이다.
단번에 들이키고 싶은 유혹에 쫓기면서도 필사적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소중히 담는다.
마지막 한방울 까지 담고 나면 다음은 열매를 으깨, 기름을 내는 것이다.
팔우의 기름은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램프의 기름으로도 쓸 수 있는 것이라, 겨울 중반에는 매우 고마운 열매이다.
한방울도 남김 없이 짜고 남은 찌꺼기는 푸석푸석하고, 사람이 먹을 것이 못되지만 닭에게는 영양이 풍부한 먹이이다.
달걀 맛이 확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알 수 있다.
"실례함돠~ "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곧 있으면 집에 사람이 많이 온다.
팔우를 짠 찌꺼기와 계란을 교환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오는 것이다.
근데..나로서는 짠 찌꺼기만 있어도 좋아 할 수가 없다.
닭은 기뻐하지만, 내가 먹을 수 있는 알이 줄어드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은 너무 너무 싫다.
이왕이면 짠 찌꺼기가 아니라 고기라도 가져다 주었으면 한다.
달걀은 한 사람당 한개라는 느낌으로 먹을 수는 있지만, 고기는 항상 형들이 먹어버려 남지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마인과 트리도 팔우를 짠 찌꺼기를 가지고 왔다.
마대에 들어 있는 짜고 남은 찌꺼기는 계란 2개 정도분 일 것이다.
"루츠, 이거 달걀과 교환하자"
마인이 방긋 웃으며 내밀더라도 그다지 환영할 기분이 아니다.
물론 엄마한테 혼나니까 내쫒거나 할 수 없지만.
"이제 닭 먹이는 충분해..그것보다 고기는 없어?"
"고기?"
"형들이 먹고나면 내 몫이 별로 없어"
겨울철은 모두가 집에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밥을 먹을 확률도 높고, 나는 언제라도 배가 고프다.
트리와 마인에게 말해도 어쩔 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입에서는 불만이 튀어 나온다.
트리는 "체격이 달라서 뺏기는 거구나"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내 불만을 받아넘겼다.
그리고 마인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내 눈앞에 마대를 들어올린다.
"그럼, 러츠, 이거 먹으면?"
"새의 먹이 따위 먹을 수 있겠냐!"
" 너! 무슨말을 하는거야!팔우의 열매를 먹어서 끝내는 것 보다 과즙과 기름과 새의 먹이로 구분하는 편이 좋잖아!? 열매를 그대로 먹는다니, 아깝잖아!"
슬슬 새 먹이가 곤란해지는 시기여서, 유독 우리 집에선 열매를 먹는다는 생각 따위를 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저렇게 고생해서 얻은 열매을 유효하게 사용하지 않고 먹는다니, 있을 수 없다.
그런 바보는 이 동네에서 마인밖ㅇ[ 없다고 본다.
"응, 새의 먹이로 주는 것도 좋지만 새의 먹이는 이미 충분 하잖아? 그렇다면 인간의 배를 불리는데 쓰는게 좋잖아"
"그러니까, 퍼석퍼석해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게 아닌데..라고 했잖아!"
"기름을 꽉 짜냈으니 사람이 먹을 게 못되는거지만, 좀 수고를 들이면 먹을 수 있어 "
"마인, 무슨....."
웃는얼굴로 믿어지지 않는 말을 하는 마인을 보니 힘이 빠진다.
뭘까. 이 무엇을 해도 설득하지 못할 거라는 느낌의 무력감이랄까, 패배감은?
"저기, 러츠"
마인의 언니인 트리가 작은 입을 열었다. 혈연자라면 마인에게 "새의 먹이는 인간의 음식이 아니다"라고 타이를 수 있다고 기대를 담으며 봤지만 트리는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먹을수 있어.…… 맛있었던 것에 충격 받았어, 나"
뭐?진짜?새의 먹이를. 먹어 버린 건가,트리!?
마인은 아무래도 자신의 가족에게 이미 실천했던 것 같다.
자신의 의견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해 보는 게 빠를까? 러츠, 팔우의 과즙, 아직 남아 있어?"
그러면서 마인은 작은 그릇에 자신이 가지고 온 짠 찌꺼기를 조금 넣었다.
바삭 바삭 하는 짜다 남은 찌꺼기에 내 몫의 과즙을 작은 스푼 2개 분량 정도 넣고 잘 섞는다.
그것을 한줌 자신의 입에 넣고, 응응이라고 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츠,아~앙"
내 몫의 귀중한 과즙을 사용한 새의 먹이를 먹게 되다니 심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 평범하게 마인이 입에 넣는 것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인의 손 끝에 묻은 노란 것이 혀 위에 얹혀지고, 입을 닫으면 단맛이 퍼진다.
과즙을 좀 넣었을 뿐인데, 정말 달게 느껴지면서, 퍼석퍼석한 느낌이 없어졌다.
매년 자신의 몫으로 배분된 과즙을 홀짝홀짝 맛 보며 마시고 있지만, 짠 찌꺼기를 섞으면 단 것을 더 먹을 수 있게 되는게 아닐까.
"이것봐, 꽤 달고 맛있지?"
무시무시한 냄새의 폭력이다.
"이런 느낌으로, 인원 수대로 구워 "
최초의 하나를 만들어 보인 뒤에는 의자가 없어도 닿는 형들에게 몰아주고 마인은 철판을 보면서 지시만 내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좋다.
한번 봤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 수 있다.
높은 의자 위에서 뒤뚱거리며 작업을 하면 심장에 나쁘다.
자신들이 하는 게 위험도가 낮아 형들이도 곧바로 마인의 손에서 조리 도구를 받아냈다.
" 이렇게 공기방울이 나오면 괜찮아. 이제 뒤집어"
"그래"
마인의 지시에 디샤 형이 가볍게 뒤집으면 알맞게 좋은 색깔이 보인다.
군침이 저절로 돌만큼 먹음직스럽다.
주변에서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이거 저쪽에 놓고. 빈 곳에 하나 더 구워"
어느 정도 익은 것은 조금씩 들여놓고, 버터와 반죽을 다시 붓는다. 마인이 "이건 이제 괜찮아"라고 한 것이 접시위에 오른다.
처음만듯것을 접시에 얹은 뒤 마인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쨔잔!『 찌꺼기로 만든 간편 핫케이크 』!"
마인이 뭔가 말 했지만 잘 모르겠다.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 고개를 약간 갸웃했다.
"…. 음?뭐라고?"
"아~…… 간단히 말해서 팔우 케이크 완성~"
이번 건으로 인해 마인의 지시대로 움직이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고 주입되었다.
날이 개어 오면 밖으로 나가 팔우를 얻을 때마다 새롭고 맛있는 요리를 가르쳐주는 마인 덕분에 올 겨울은 내가 화를 내는 것이 적어졌다.
마인은 나의 구세주이다.
그래서 내가 힘도 체력도 없는 마인을 도와줘서 도움이 되겠다.
이 각인이 나의 일생을 좌우하게 된다는 걸, 팔우 케이크의 행복에 잠겨 있는 지금의 나는 알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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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츠 시점의 겨울 생활입니다.
열매로 판타지적 세계였다는걸 알게 되셨나요?(웃음)
아, 귀족님은 마술을 사용합니다만, 가난뱅이는 쓸 수 없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마인이 마술의 존재를 알고 "뭐?나 사실 판타지적 세계에 있어?"라고 알아채는 것은 꽤나 나중의 이야기입니다.
마물도 마목도 밖에 나가지 않으면 못 깨닫거든요.
차회에는 오토 씨를 돕겠습니다.
이 세계의 문자를 기억하기 위해서
일단 도우미일을 열심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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