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마력만능

성녀마력만능-뒷이야기 08.진정한 목적

사막위의 돌고래 2018. 10. 18. 10:07



성녀의 마력은 만능입니다




뒷이야기 08.진정한 목적




약간 흐린 하늘 

방에 들어오는 빛은 옅고, 해가 질 시간도 아님에도 방 안은 어두웠다.


어딘가 답답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펜을 놀리는 소리만 울려퍼진다.



그런 크라우스나 령 영주의 집무실에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시종이 문에 다가가 누구인지 확인하면"코린나입니다"라고 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에 영주가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시종이 문을 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방으로 들어온 코린나는 간결하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다니엘에게 집무 책상 앞에 놓인 응접용 소파에 앉도록 권했다.


마침 끊기 적당한 시점이었기에 그도 펜을 놓고 책상에서 소파로 이동했다.



서로 입을 열지 못한 채, 마주 본다.


잠시 후, 시종이 찻잔 세트를 트레이에 실어 왔다.


다니엘과 코린나, 각각의 앞에 차가 든 찻잔이 놓인 뒤에 그는 시종에게 방에서 떨어져 있도록 지시했다.


코린나가 집무실을 찾을 때 밀담을 하는 일은 가끔 있기에 시종은 아무 말 없이 물러났다.


시종 이외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사라지고, 집무실에 단둘이 있게되자 코린나가 입을 열었다.




"오늘[성녀]님께 [약사님]의 일기를 건냈습니다"


"그래? 그래서 뭔가 진전이 있었나?"


"아니요. 허나 말하지는 않았지만 짚이는 구석은 있는 것 같습니다. "




코린나의 보고에 그는 턱에 손을 기대고 생각에 잠겼다.


기대할 만한 진전이 없기에 이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심각한 얼굴로 골똘히 생각에 빠지는 다니엘을 보고 코린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다니엘이 입을 열 때 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코린나가 세이에게 보여준 [약사님]의 일기에는 클라우스 나 령에서 가장 비밀로 해야 할 일이 쓰여져 있다.


일기를 읽으면, [성녀]의 능력이 마물 토벌 외에도 유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과거[성녀]를 지키위해 그 심상치 않은 능력을 후세에 전하지 않으며 모든 기록을 파기하도록 명령한 왕이 있었다.


[약사님]이 살던 것은 그 왕명이 내려지기 전 시대다.


그렇기에 본래라면 [성녀]의 능력이 기재되어 있는 [약사님]의 일기는 파기되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가 남아 있는 것은 당시의 영주가 숨겼기 때문이다.



물론 왕명을 받들어 파기한 기록도 많이 있다.


그러나 약초 재배가 주요 산업인 클라우스 나 령에게 [약사님]의 일기는 왕명을 거역하더라도 남기고 싶은 자료였다.


특정 약초 재배에 필요한 축복이 어떤 것인지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축복 뿐 아니라 일기에는 약초 재배를 확립하기까지 격었던 다양한 시행착오와 방법들이 기재되어 있었으며, 그것들은 새로운 약초의 재배 조건을 확립할 때 유익했다.



후세를 위해서 당시의 영주는 일기를 남기기로 했다.


게다가 다른 자료에 비해서 일기라면 [성녀]의 능력에  대해 적혀 있는 것이 발각되기 어렵다는 것도 영주의 결단에 한몫했다.


그래도 발각된다면 왕명을 어긴 것이 걸리게된다.


그렇기에 이 일기의 존재는 대대로 영주와 약사를 총괄하는 증류실 책임자에게만 전달되게 되었다.



그런 중요한 일기를 클라우스 나 령의 사람이 아닌 세이에게 보인 것에는 당연히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우 중요한.




"짐작이지만 이번 대의 [성녀]님도 밭을 축복할 수 있다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거기까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밭의 부활은 어려운가……"




코린나의 답변에, 다니엘은 팔짱을 끼고 한층 더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크라우스 나 령의 약초 흉작에는 원인이 두개 있었다.


마물의 증가 때문에 숲에 있는 약초 채집을 못하게 되거나 숲에 가까운 밭의 수확이 여의치 못하게 된 것이 하나.


그리고 축복 받은 밭에서의 약초 수확량이 떨어진 것이 또 다른 하나.



축복 받은 밭에서 재배되는 약초는 두 종류로 분류 할 수 있다.


하나는 반드시 축복이 필요한 약초, 다른 한쪽은 축복이 있는 편이 재배가 쉬운 약초이다.


이 축복이 있는 편이 재배하기 쉬운 약초 중에는 중급 HP포션 과 같은 흔히 쓰이는 포션 재료가 되는 약초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자라던 약초였으나 몇년 전부터 점차 수확량이 줄어 최근에는 전성기에 비해 6할 수준의 양이었다.


축복이 필수적인 약초에 이르러서는 이미 밭에서 재배할 수 없게 되어 숲에서 채집하고 있었다.



이들의 밭은[약사님]가 축복한 이후 한번도 추가로 축복된 적이 없는데도 계속 효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뒤 몇번 장기(瘴気)가 늘어난 시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서서히 효과가 옅어졌다고 생각할 만한 상황이 됐다.


밭의 수확량이 떨어진 당초에는 뭔가 다른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고 코린나들도 다양하게 조사를 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축복 이외의 요인이 없었다.



조사를 계속하고 있는 동안에도 장기는 짙었으나 장기를 정화하는 [성녀]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왕궁이 [성녀 소환 의식]을 벌이기로 했을 때, 다니엘과 코린나도 축복의 효과가 끊어진 것 아니냐는 결론에 도달하게된 것이다.



그는 머리를 싸맸다.


대대로 전해지는 [약사님]과 축복된 밭 이야기에 따르면 축복은[약사님]밖에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기에는 [약사님]이 밭을 축복했을 때에 보인 마력의 색깔은 금빛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런 색의 마력을 다니엘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용병단을 불러 숲에서의 채집량을 늘림으로써 어떻게든 수확량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영지를 꾸려나갈 수 없게 되는 날도 멀지 않다.


약초 재배를 대신할 산업도 한번에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희망이 없어진 다니엘에게 들려온 것은 왕도의 소문이었다.


[성녀]가 고슈의 숲 토벌에 참여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소문 속에는 금색의 마력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다니엘은 [약사님]이 [성녀]였던 것을 떠올렸다.


클라우스 나령에서는 [약사님]은 그 이름대로 우수한 약사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클라우스 나 령에서[성녀]가 나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있어도 [약사님]과 동일 인물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전무했다.


영주도 잊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기억하지 못한 것을 탓할 순 없었다.



어쩌면 금색의 마력이라는 것은 [성녀] 고유의 마력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다니엘은 코린나과 상의하고 이 땅에 [성녀]를 부르기로 했다.


겉의 목적은 마물 토벌을 위해서였으나, 진짜 목적은 [성녀]에게 다시 밭을 축복 받는 것이었다.


[성녀]가 와 준다고 해서 반드시 축복을 해 준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그가 이번 대의 [성녀]를 조사한 결과 어떤 인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왕궁에 있는 약용 식물 연구소에 소속되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스스로 원해서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연구소에 소속해 있다면 [성녀]가 클라우스 나령의 약초 재배에도 관심을 가져 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밭에 축복도 부탁하기 쉽다.


그렇게 생각하자 다니엘의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왕궁에 기사단의 파견을 의뢰하는 편지를 쓰면서[성녀]의 파견을 의뢰 할지 여부에서 그는 고민했다.


최종적으로 의뢰하지 않은 것은 의뢰의 이유를 추궁당하고, 그들이 [성녀]의 능력을 알고 있는 것이 노출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만약 기사단이 파견되어 오더라도 함께[성녀]가 올지는 솔직히 도박이었다.



기사단 파견 의뢰를 적은 편지를 왕궁으로 보내고 얼마후, 다니엘이 기다리던 답장이 왔다.


그는 내기에서 이겼다.


왕궁의 답장에는[성녀]도 파견한다고 쓰여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든 해서 밭을 축복 받는 것 뿐이다.


비록 그 기대는 빗나갔지만 말이다.



코린나가 슬쩍 확인한 결과 왕궁에서 파견 나온[성녀]는 장기를 흩어내는 능력 이외의 능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왕궁에서 입 단속이 되고 있는 것인지, 혹은 정말 모르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포션 제작에는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숨기는 모습이 없다는 점에서 후자가 아닌가 하고 다니엘은 생각했다.


고민한 결과, 클라우스 나 령에 남아 있는 [약사님]의 일기를 [성녀]님에게 보이기로 했다.


언제 보여 줄 지는 코린나에게 맡기고 보여준 뒤에 [성녀]님의 모습과 진전을 보고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지금

그 명령에 따라 코린나가 보고하러 온 것이었다.




"일기에 쓰여 있던 금색의 마력에 짚이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인가?"


"[성녀]님의 이야기로는, 서쪽 숲의 토벌 때 쓴 [성녀]마법 때에도 금색의 마력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과연. 마법의 발동시에는 마법의 속성에 따른 마력의 빛이 보이다. 예상대로, 금색의 마력이라는 것은 [성녀]님 고유의 마력이란 말인가."


"아마 그렇겠죠. 저도 여러가지 속성 마법을 본 적이 있지만 금색의 마력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당대의 [성녀]님이 클라우스 나 령을 찾아오고, 금색의 마력에 대해서도 짐작이 있다고 한다.


성의 사람들, 주로 증류실에 있는 약사들의 말에 따르면 [성녀]님은 과거의 [약사님]처럼 약초를 좋아한다는 소문도 들려오고 있다.


축복에 짚이는 것이 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약사님]의 일기를 읽고 흥미를 가지게 됐을 가능성은 높다.


그렇다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조금은 희망이 있는건가..."


"[성녀]님이 찾고 있던 약초의 재배에도 밭의 축복이 필요합니다. 이 상태라면 스스로 축복에 대해서 알아내겠지요."


"그건 참 기쁜 일이다."




걱정을 덜어 입가에 미소를 띤 다니엘은 모른다.


그 [성녀]가 자의로 마법을 발동할 수 없는 것을.


마물 토벌에서 마법이 발동했다고 들었던 다니엘도 코린나도 세이가 자유자재로 마법을 발동할 수 있다고 믿어 버렸다.



세이가 마법을 발동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것은, 왕궁에서도 일부의 사람들 뿐이다.


그런 일이 소문으로 흐르게 된다면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길 뿐이기에 왕궁 측이 숨기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행운의 별은 다니엘의 머리 위에 빛나고 있던 것 같다.


이 대화가 있은 지 며칠 뒤

다시 세이가 [성녀]마법을 발동시켰다.


이 행운이 [약사님]의 가호에서 초래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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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넘므...멍청이들 천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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