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새벽녘

새벽녘-제41화

사막위의 돌고래 2020. 3. 24. 04:09

새벽녘


제41화



알프레드가 조용히 이동해 내 앞에 서서 그 인물과의 벽이 됐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라발 소장이 팔짱을 끼고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가 데리고 왔는지, 오고 있음을 알고나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시험받고 있는 것이리라.

 


이 마술사의 다갈색 머리도, 눈도,

나를 꽤 잘 흉내내고 있다.


이것만 보면 확실히 모르는 사람은 착각해 버릴 것이다.



"이름이 알려진 마술사가 오고 있다고 들어서 와 보니.....꽤 나와 비슷하네. 혹시 나를 좋아해서 모방하고 있는걸까? 이름이라도 그 로브에 적어 줄까?"

마술사는 바보 취급하는 미소를 지으며 도발적인 말을 뱉어 냈다.
나도 모르게 덩달아 나도 악당처럼 인상 나쁘게 웃어 주고 말았다.


"뭐, 죄송하지만 당신에 대한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괜찮습니다. 로브를 씻는데 귀찮아지니까요."


정적이 찾아왔기에 주변을 살펴보면, 주위 사람들은 입을 닫고 우리를 주목했다.
상대 마술사는 자신이 주역이라는 듯 소리를 높여 시선을 모았다.


"그것은 실례. 그럼 나부터 밝힌다.나는 하루카 그라크. 다르게는 영웅이라 불리기도 한다. 너도 그렇게 불러도 된다."
"뜻밖이군요. 저도 마찬가지.하루카 그라크라고 합니다. 영웅입니까? 그럼 『 하르벨의 영웅 』이라고 불리고 있나요? 괴물이라도 쓰러뜨린 다면 그렇게 불리겠습니다만, 수도에는 그런 이야기는 없었는데요..."

" 다르다. 나야말로 『 헤다리온의 영웅 』이다!"


마술사는 흥분하여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손을 가슴에 올리며 말했다.

그것은 내 눈에는 꽤 우습게 보인다.
잘도 그렇게 당당하게 본인 앞에서 할 수 있다.
음, 이렇게 나오는 것을 보니 무슨 승산이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왜 이런 곳에? 듣자하니 당신은 이 고장에서 상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 거 아닙니까.
일부러 이 땅에 머물지 않아도 당신을 대접하고 싶다는 사람이 잔뜩있는 수도에 가시는게 어떻나요. 헤다리온에서 함께 싸웠던 전우들이 있는 그곳으로. "


은근히 얼굴을 아는 사람 앞에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면, 더욱 흥분하며 반박해 왔다.


"내가 궁중 마술사이기 때문이다. 그쪽이 억지로 붙잡은 거야! 이제 수도로 가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나는 상대도 알 수 있게끔 마술사의 손과 목을 한번씩 보았다.


"한눈에 보이는 혈관과 뼈가 앙상한 손...마치 성인 남성의 손을 그대로 줄인 것 같네요. 후두도 좀 더 작게 하는게 좋지않을까요? 그러면 소년다운 변장이 될텐데요. 실례했습니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네요."


분명히 익숙하지 않은 어설픈 변장을 비하한 뒤 코로 웃으면서 말했다.


"음....당신이?궁정 마술사?"


그런 비방에 상대가 자제심을 잃어 준다면 꽤 편하게 될 것이다.
마술사는 살의가 담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후회할 것이다. 나에게는 하늘을 굽히는 정도의 일은, 쉬우니까 말이야."

"아... 그렇다면 보여 보세요. 그 실력을. "

"해주마!"



마술사는 성큼성큼 훈련장 중앙으로 가 어느새 몰려있던 관중을 걷어찼다.


"너희, 방해다! 죽기 싫으면 물러나라!"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이냐고 생각하고 있자 그는 양손을 하늘에 올려 마력을 가다듬어 간다.

마술을 쓸 생각인 것이라고 짐작한 사람들이 황급히 숲의 나무들 사이로 도망 쳤다.



"... 터져라!"



마술사가 외친 순간 눈을 잠식하는 강한 빛이 덮쳤다.

그가 상공에 해방한 마술이 새빨갛게 폭발한 것이다.

굉음이 울리자 고막을 흔들고 피부를 흔들며 온몸에 그 강력함을 상상하게 했다.


하늘에 춤추는 거대한 불꽃은 황선홍이나 빨강이 섞여있어 무서운 위력임은 명백했다.



주위는 기겁을 하고 마술사를 보고 있다.
압도적인 힘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는것 다운 위력이었다.

그 모습에 승리를 확신했는지 껄껄 웃으며 마술사는 선언한다.



"어떠냐! 이 전멸의 빛이! 나야말로 영웅이다!"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주위가 조용했다.

혹시 이것으로 나를 의심하는 인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듣고...남의 눈도 꺼리지 않고, 폭소했다.


"푸하하하하! 도대체 무엇을 보이는가 했더니! 그런 것입니까?"
"그런 것...이라고!?"


예상과 다른 반응이었는지 마술사는 당황하는 듯했다.
나는 경계했던것에 미치지도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어 기막힘 안도감에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네. 잘하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점에서는 거리가 머네요. 이런 어린애 속임수로 잘도 내 앞에 나온 것입니다. 라발 소장, 훈련장을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라발 소장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허가되었으니 어느 정도 조절하면서 마력을 가다듬어 간다.
알프레드가 주위를 유도하고 나에게서 사람을 멀리 떨어뜨려 주었다.

크기는 그가 만든 것과 같은 정도로 좋겠다.


"터져라."


고스란히 그의 말을 흉내내서 사람이 없는 장소에 발동시켰다.




두번째 섬광과 굉음이 우리를 감싼다.
그리고 무엇보다 몸을 흔드는 폭풍이 폐를 압박하여 우리에게서 호흡을 일순 앗아간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일목요연하다.
이제 그의 거짓말은 탄로 난 것이다.

폭발의 중심지 근처의 나뭇가지는 끔찍하게 부러지고, 풀은 원을 그리며 쓰러져 있다.



"빛과 소리를 조종하여 환상을 만들었군요. 그래서 바람이 없습니다."


허공에 마술을 날린 것도 땅에 자국이 남지 않는 것을 속이기 위함이다.

반론은 없는 걸까, 마술사는 얼굴을 새하얗게 하고 서있을 뿐이다.

확실히 그가 만든 환각은 섬세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마술사라도 속는 사람이 있었으리라.
진짜를 체감하면 알게되어 버리는 이 한가지 치명적인 단점만 없다면 말이다.



"만약 진짜로 가능 하더라도. 그게 도대체 뭐지. 같은 일을 하면 영웅으로 불리는 영예도 같이 받아야 한다고? ... 어리석다. 써야할 때 휘두르지 못하는 힘 따위, 아무 의미 없다."



먼발치서 바라 보던 병사들이 결말을 깨닫고 있는 마술사를 확보했다.
수많은 굳센 남자들의 저항따윈 용납되지 않은 채 묶여 어디론가 데려가 진다.



이것으로 끝났다고 주위의 긴장감이 풀린 그때였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불온한 땅 울림이 주위에 퍼졌다.


"안돼!  숨어라!"


재빨리 살핀 라발 소장의 지시에 따라 모두가 부리나케 나무들 사이에 몸을 숨겼다.

다가오는 소리에 크기에 생물적 본능으로 등골이 얼어붙었다.

하늘에서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체험하는 거대 질량의 뭔가가.

주위의 병사들이 보이는 창백한 얼굴로 보아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느껴지는 것은 천재지변 따위가 아니라 감정을 가진 생물의 기미.

...이 장소에서 생각되는 것은 단 하나.
붉은 눈의 카나우카레도.

수 많은 사람을 장사지넨  괴물이 지금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인간은 심장의 고동조차 감추듯 소리 하나 안 내며 그 자리에서 초목처럼 웅크렸다.


거구가 아주 멀리서 천천히 가는 듯하다.
그리고 잠시 후 바람을 내던지는 날갯짓 소리가 마침내 우리의 상공을 통과했다.

돌풍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다행히 그 지옥에서 들리는 듯한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한순간, 나무의 잎 사이로 불타는 듯한 색의 붉은 눈이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에 날려갈것 같은 것을 버티며 하늘을 매섭게 노려본다.
그러다 보면 점점 바람은 가라앉고 다가 올 때와 같은 속도로 소리가 멀어졌다.


훈련장에는 거짓말처럼 아까의 고요가 돌아오고 있었다.

괴물이 이쪽을 알아보지 못 해서 다행이었다.
저것은 사람처럼 생긴 것에 이상하게 반응한다.

아무리 이곳을 찾은 사람이 괴물에 대한 대응을 철저히 외운다고는 하지만 이번엔 잘못하면 수많은 사람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돌연한 일에 잠시 멍하니 있자니, 내 옆에 어느새 라발 소장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저것이 소문의 동굴을 붕괴시킨 마술인가요! 이 곳에서 그 괴물을 끌어내다니, 보통의 위력이 아닙니다."

"그것과 원리적으로는 같은 것입니다. 위력을 낮춘 것이었습니다만... 너무 심했네요.이럴 줄은 몰랐어요 "

"아하하하, 과연.그러나 병사들에게는 충분히 좋은 자극이 된 것 같습니다"



말을 듣고 처음으로 병사들이 나에게 동경만이 아닌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두렵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확실히 너무 심했다.



"이것으로 훈련에도 기합이 들어갈 겁니다."
"... 그렇습니까"


병사들은 앞으로 당분간은 힘들 것 같다.

지금까지 느슨하게 있었던 만큼 다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신의 일으킨 일이 일이니만큼 심중은 복잡하다.


문제도 있었지만 이로써 이 땅에서의 내 역할은 다 했을 것이다.
나는 수도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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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년: 읏챠! 일 끝냈다! 미남이를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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