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제17화
새벽녘
제17화
머릿속에서 생각이 소용돌이 치고 기분이 나빠진다.
그에 해당하는 인물이 단 한 사람 밖에 짚이는 구석이 없다.
만약 그것이 나라고 한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이룬것인가.
내가 영웅이라니 지나친 농담이거나 망상이다.
여기에 있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도망 친 생쥐 같은 인간이다.
그 전장에서, 그렇게 동경할 만한 인물상의 티끌만큼도 없었다.
나쁜 꿈에서 깨어날 수 없다.
꽉 쥐어 핏기가 사라진 주먹에서 무뎌져가는 감각이 전해졌다.
나의 죄를 눈앞에 들이대는 것 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정체 모를 기대를 품는 것이 훨씬 무섭다.
서 있는 대지가 물로 바뀌어 버린 듯한 불안감에 가득 찬다.
알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도 모르고 고개를 수그리고는 강하게 눈을 감았다.
알고 있지만 굳이 외면해 온 몇가지 일들이 나를 더욱 밀어붙이는 예감이 든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내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지금 잘못을 저지르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된다.
그러나 그 영웅의 환영을 찾아 들어온 정체 모를 인간이 눈앞에 있다.
나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라이달에 대한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에 난감해 졌다.
입을 다물어 버린 내 대신 알프가 그에게 강한 눈빛을 돌리고 매정하게 말했다.
"...몇번이나 말하지만, 당신이 말씀하는 분은 이쪽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 초대되고 있어 계신 분은 우리 주인의 손님입니다. 불러 드릴 수 없습니다"
라이달은 당당하게 위압적으로 알프레드에게 맞섰다.
"그러니까 나중에 정식으로 사과 드리겠습니다. 저는 포기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소개 해 주시지 않는다면 스스로 찾아 보겠습니다."
당돌한 태도에 혀를 차는 것이 들릴 듯한 씁쓸한 얼굴을 한 알프가 라이달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를 지키는 것보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소년 티가 가시지 않은 라이달을 성숙한 남성인 알프가 내려다봤다.
눈이 마주치면서 어느 쪽도 먼저 양보하지 않을 듯 버텼다.
그 모습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망설이면서도 나는 라이달에게 말을 걸어 버렸다.
"왜 그렇게까지 만나고 싶은 건가요."
라이달이 나에게 시선을 옮기고 우문이라며 웃었다.
"헤다리온의 영웅이라구요? 200년 전의 마크레이드와 대등한 , 위대한 마술사입니다. 스승으로 추앙하기에 이 정도로 훌륭한 사람은 없습니다."
마크 레이드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마법사의 이름이다.
그 과장된 이야기가 세상에 만연하고 있다는 것인가.
" 만난 적도 없는데요?"
" 만나지 않아도, 그 공적이 이미 그 사람의 위대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 맹목적인 태도에 화가 나, 깨닫고 보면 나는 이미 그에게 묻고 있었다.
"그럼, 그 위대한 인물의 제자가 되어 당신은 무엇을 목표로 할 생각인가요?"
기막힌 어조로 물어온 그 물음에 라이달은 처음으로 말을 더듬거렸다.
거의 동경과 열의뿐이었던 걸까.
그래서 이런 물음에 대답도 하지 못하는 것인가.
"당신에게는 관계가 없습니다....그 사람을 만나, 직접 말할 겁니다."
말로만 그렇게 말하고 대답할 수 없는 것을 속이려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을 쫓아버리는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사람을 치료하는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그 어느 쪽도 영웅의 제자가 되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요. 자신의 노력만 있다면"
"나는! 그 사람 같은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뒤를 쫓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를 악물은 라이달에게 미운 털이 박히고 말았다.
기세를 타고 라이달을 필요 이상으로 몰아붙여 버린 것을 반성한다.
아무래도 나는 그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라이달의 미숙함은 나도 경험했던 것이라,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지닌 그를 싫어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만으로 행동하고 주위 사람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는 미숙한 모습이다.
자각하면서 고칠 수 없는 자신의 결점.
"만약 여기에 있는 인물이 당신이 찾는 사람이었다고 해도. 억지로 다른 사람의 집에 침입하는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것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멈추지 못 하고 무심코 비난하고 말았다.
그를 위해서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하고나서 후회했다.
이 얼마나 그릇이 작은 인간이란 말인가.
그가 모른다고 해도, 자신을 따르는 인간을 이유 없이 비난했다.
라이달은 본성이 솔직한 인간이다.
내가 한 말에 무엇인가 생각에 잠겼다.
타인을 돌보지 않는 직선적인 성격이 있지만 남의 말을 듣는 것으로 보아, 아직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미 지난 일을 말해서, 실례했습니다. 그러나 저택의 안으로는 , 제 판단으로 들일 수 없으니, 이쪽 사정도 부디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사용인을 가장하고 라이달에게 머리를 숙이자 그는 방금 전과는 다른 부드러운 모습으로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돌아갑니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했습니다."
일단 종료인 것 같다.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알프가 나섰다.
"그럼 제가 문까지 안내하겠습니다."
선도하는 알프를 따라갔다.
라이달의 모습이 건물 그림자에 가려지고 결국 안 보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아무래도 나는 꽤나 복잡한 상황 속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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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날파리를 쫒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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