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인생~191.
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191.
피 일행은 뒤쫓아오는 병사들에게서 달아났다.
그렇지만 역시 인원수를 들키고 말았다.
"5명? 자신들을 희생해서 다른 견습 기사를 놓치게 한다는건가? 감동적이구만."
"어떻게 하죠? 부대를 나누고 다른 한쪽도 추적합니까?"
"아니, 저놈들을 잡고 쫓는다. 5명이면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아. 그리고 이렇게나 기대를 하고 있으면 하나하나 맛을 봐줘야 하는 거잖아."
달아나는 피들을 보고 게류스가 입맛을 다신다.
피들은 계속 달려 거리를 일단 벌려 놓았다.
그러나 상대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 질 수는 없었다
상대를 어느정도 잡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코냐크가 두 소년과 합류하기까지는 시간을 벌어놓아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걸릴지, 피들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하는 데까지는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피들은 거리를 벌린 후에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숲속을 도망 친다.
다행히 갑옷이 무거운 탓인지 피 일행쪽의 발이 빠르다.
거리는 유지는 쉬웠다.
그렇게 잠시 거리를 유지하면서 도망 치던 피들이지만 상대방에게 변화가 있었다.
상대 병사가 손, 어깨, 허벅지 부분을 벗어 던진다.
상대의 추적 속도가 급격히 올랐다.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행동할 수 있도록 훈련된 병사들이다.
가벼워지면 당연히 속도가 오른다.
" 어떡하지? 활을 쏠까?"
대신 방어력이 떨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통하지 않았던 활도 칼도 갑옷이 없는 부위를 파고들 수 있다.
"아니"
피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워낙 적의 수가 많다.
쏘아 맞추려 하다 보면 거리가 줄어들어 버린다.그것이 가장 위험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거리가 서서히 좁혀지기 시작했다.
원인은 알고 있다.
피의 발이 느린 것이다.
예전보다 체력은 늘었지만 그래도 동료 중에서는 가장 느렸다.
그것이 함께 행동하는 동료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피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아직은 산길을 누비면서 도망을 치고 있다.
상대가 만약 또 다시 말을 타고 쫒아온다해도 활로 견제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따라잡힐 것이다.
이쪽이 더 유리하게 되는 지형, 울퉁불퉁한 길, 시야가 막힌 숲 같은 깊은 곳으로 이동하고 싶었다.
가능하면, 거기에서 상대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아직, 코냐크가 동료를 따라잡기에 충분한 시간이 되었는지를 알 수 없다.
피는 마을에서 본 그 지휘관의 성격을 떠올린다.
촌장을 상대로 난폭한 태도로 말다툼을 하고 협력자인 마을의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도 적당히 했었다.
그리고 거짓말을 한 코냐크에게는 가차 없이 폭력을 휘둘렀다.
자존심이 높고 감정적인 성격.
냉정하고 우수한 지휘관은 아니었다.
피는 하이랄 쪽을 보고 부탁을 했다.
"가능해……?"
"아, 그 정도쯤이야."
하이랄은 피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피들은 일단 과감하게 길로 나왔다.
시야가 한번에 탁 트인다.
하지만 그만큼 상대의 추적 속도가 빨라진다.
그 안에 보였다.
이쪽을 바라보는, 흐뭇하게 웃는 그 남자가.
"부탁해!"
피는 아까 부탁한 것을 하이랄에게 요청했다.
하이랄이 멈춰서고 활을 들었다.
그 하이에나 같은 남자를 보면서 활을 힘껏 당긴다.
지휘관인 그 남자와의 거리는 멀다.
그러나 하이랄은 제대로 각도를 조정하고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멋지게 그 남자, 게류스에게 빨려들어갔다.
다만 거의 사정 거리 밖에서 쏜 활, 시원스럽게 게류스의 검에 튕겨나갔다.
그러나 기대 효과는 있었다.
뻔한 도발.
그렇기에 이쪽을 아래로 보고 있는 상대에게는 효과가 있다.
피는 저쪽에서 느껴지는 찌르는 듯한 악의에 찬 시선을 감지했다.
그것을 느끼면서 모두에게 지시를 내린다.
"숲 깊은 곳에 가서 시야에서 벗어난다."
길의 방어는 포기한다.
그렇지만 아마 상대는 우선 이쪽을 잡으려 할 것이라는 확신이 피에게 있었다.
***
숲 속에 달아나는 피들의 모습을 보는 카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 이마에는 땀방울이 흐른다.
(무리다……. 대항할 수 있는 수가 아니야……)
낙마로 인원이 줄어들고 있어도 그 인원 수 차이, 그 거리는 시야에서 놓친다 한들 피들이 있을 것 같은 주변을 인원 수로 포위할 수 있다.
나머지는 산 속을 수색의 요령으로 상대를 찾아 그물에 걸리는 것을 기다리면 된다.
고뇌한다…….
풀로서의 사명을 완수한다면 이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채 모든 것을 폐하께 보고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 결과로 그 아이들은 목숨을 잃게 될 수 있다.
(그 아이가 죽으면.....)
생각하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다.
카인의 부모님 또한 풀이었다.
어린 시절의 카인은 사람이 없는 산골에 사는 부모 풀과 살면서 교육을 받았다.
오직 풀로서 수업을 하는 매일.
함께 보낸 적이 있는 것은 역시 풀을 부모로 둔 소꿉친구 네나 정도일까.
아버지 어머니도 말했다.
"풀은 왕의 손가락, 왕의 손. 주인에게 대드는 손은 있어선 안된다."
실제로 아버지 어머니도 선왕의 명령을 충실히 해내 왔다.
그 결과는……나중의 평가로는 나라에 이익을 가져왔다고는 못하는 것들 이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래도 왕의 명령을 충실히 한 것은 옳았다고 믿었다.
카인 자신도 한 사람 몫의 풀이 되어 모시게 된 왕, 루이는 유별난 인물이었다.
"이번 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끔 풀인 카인에게 그렇게 묻는 것이다.
물론 명령이니까 나름대로의 생각을 말한다.
그러나 원래 풀에게 묻는 왕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자신의 뜻을 충실히 이루기 위한 손가락이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은퇴한 뒤의 풀이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 때문에 조사까지 시작했다.
카인들은 그런 것 생각한 적도 없었다.
왕의 뜻을 이루어 주고, 그리고 죽어 간다.
그만큼의 존재.
그것이 자신들에 대한 인식이었으니까.
카인은 그곳에서 자신의 의사가 범주를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고에 깊이 빠져들어, 주위의 경계조차 소홀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고민하고 있어도 눈앞의 문제는 일절 해결되지 않는다.
풀의 가르침, 그것은 모두 이 자리에서 카인의 취할 행동을 부정했다.
그런데…….
( 돕지 않으면……그 아이를........)
카인의 마음은 그 답을 짜내고 있었다.
왜 그 답에 이르렀는지는 모른다.
이 답이 옳은지 틀린지는 모른다.
그래도 카인은 그 은빛의 검을 빼어들었다.
그 순간, 카인의 후방에서 목을 노린 날카로운 공격이 다가왔다.
카캉 하고 금속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어라.? 잡을 줄 알았는데."
공격이 지나간 방향을 보면 한 남자가 서있었다.
카인은 그 남자를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카인이 감시하는 피와 일주일간 함께 지내고 있던 남자니까.
갈색의 부드러운 듯한 머리, 그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다.
존이라고 자칭하고 있던 남자는 카인을 죽이려 할 때조차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카인에게 말을 건넨다.
"왜 왕가의 풀이 이런 곳에 있는건가요? 음, 계획이 새고 있다니,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카인은 아까의 칼솜씨를 떠올린다.
병사도 검술 지도를 받지만 방금의 움직임은 그런것이 아니다.
카인의 동료와 똑같이 암부의 인물이 휘두르는 방법이었다.
"그것은 이쪽의 대사다. 왜 너 같은 자가 이런 곳에 있지."
카인은 상대방을 충분히 경계하면서 되물었다.
외부에서 보면 피들이 속은 것은 분명했다.그러나 전신 갑주의 병사 50명에게 기마용 말.게다가 암부의 인간까지.
것에 목적은 견습 기사를 치다만.그 목적으로 투입된 인원까지 일그러지다.
"뭐,
나는 그들의 취미에 동원된 것이라고 할까, 어쩔 수 없이 잠입했던 뿐이고, 나머지는 아버지가 말한 만약의 때에 뒷수습을 맡은
건데 말이죠. 그러면 왠지 왕국의 풀이 이런 외진 숲에 있는게 아니겠어요? 가만히 고개를 수그리고 움직이지 않고있다보니 바로
흥미가 끌려서 계속 보게 되더라구요. 덕분에 소년 몇몇은 숲밖으로 놓쳐 버렸지만요. 뭐 나중에 뒤쫓아가면 괜찮겠지만. "
(수다스러운 녀석이다...)
솔직히 암부의 인간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가벼운 입이라고 생각한다.
"하하하, 입이 가볍다고 생각는건가요? 그래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여기서 죽으니까."
그렇게 말한 존은 웃으며 칼을 들고 다가왔다.
두 검이 맞부딪친다.
(공격이 무겁다……)
제18기사대의 대원 정도는 아니지만, 보통 사람 같지 않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마치 힘의 리미터가 벗어나 있는 것 같다.
그런 무거운 연속 공격을 받아들이지만 , 그 압력에 의해 카인의 검이 버티기 힘들어지고 몸이 뒤로 밀려나게 된다.
"하핫, 끝이에요."
존이 웃으먀 카인이 보인 틈 사이로 목을 찌를 예비 동작을 취했다.
그것은 모두 카인의 노림수였다.
무릎 꿇은 상태로 카인의 왼손이 번개처럼 움직이며 오른쪽 허리의 칼집에 머물렀던 은색의 검을 쑥 빼내었다.
은빛의 궤적이 찌르기를 하려던 존의 팔을 지나간다.
"어라……?"
멍하니 중얼거린 존의 팔뚝이 땅에 투둑하고 떨어진다.
"왜!……"
존은 잘린 팔을 누르고
무릎을 꿇었던 카인은 일어서서 그에게 선고한다.
"그 상처라면 과다출혈로 이미 힘이 빠질 것이다. 만약 살아나고 싶다면 고용주가 누구인지, 진짜 목적도 포함해서 모두 뱉어라. 그렇다해도, 암부인 네가 말할 리는 없나."
카인은 곧바로 쐐기를 박을 준비를 한다.
존은 여전히 팔을 누르고 웃으며 중얼거린다.
"히힛... 강해... 강하구나. 이거……보통 풀의 힘이 아니야……"
역시 아무것도 말하려 하지 않는 존에게 카인이 쐐기를 박기 위해 한발 다가갔다.
그러자 존은 완만한 동작으로, 카인의 잘라낸 팔을 잡았다.
(뭐지……?)
그 움직임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
경계하는 카인의 동작이 멈춘다.
존은 잘린 팔을 들고 , 잘려진 오른팔 부위에 갖다붙였다.
(통증으로 미친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붙여진 팔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뭣...?)
그것만은 아닌, 존은 잘린 팔로 다시 검을 들어 공격한다.
카인은 그 공격을 은색 검으로 받아들인다.
방금 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무거운 공격이었다.
(도대체 이 녀석 뭘 한거지……?)
존은 섬뜩한 웃음을 띄우고 카인을 보면서 말했다.
"혹시 당신 그 카인 씨……?"
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답이 되었다는 듯 존이 웃는다.
"하하하하, 너무 강하잖아. 풀이면서 너무 강해서 뒷 세계에 이름이 알려지고 만 불행한 사나이. 그런데 그런 당신이 왜 이런 곳에?"
그러다 갑자기 말을 뚝 끊더니 적으로부터 도망 치는 소년들을 본다.
"혹시 저 안에 핵심 인물이 있다거나……?"
빈틈 투성이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카인은 혼란스러웠다.
(아까의 공격, 확실하게 상대의 팔을 잘라낸 것이다. 제대로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칼을 들고 싸우는 존의 팔은 이제 상처가 사라져 평범하게 움직이고 있다.
(도대체 어떤 장치인거지……?)
그 시선에 존은 웃는다.
"신기하죠? 분명 잘라냈을 텐데, 그렇게 생각했죠? 카인 씨, 히타토이의 자리 라고 아십니까?"
히타토이의 자리, 카인은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르시아 대륙이라는 여기에서는 먼 다른 대륙에서 이름을 날렸던 암살자 집단이다.
그 실력은 일국의 왕도 암살이 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소문으로는 한 남자가 부모가 죽은 고아를 주워 아이들을 암살자로 키우고 있다는 얘기였다.
"거기에서는
특별한 힘을 가진 고아들이 모여서 자라고 있지요. 밤인데 낮처럼 보이는 눈을 가진 아이, 비쩍말랐으면서도 믿을 수 없는 근력을
가진 아기, 뼈를 부드럽게 하여 어떤 장소라도 진입이 가능한 아이, 일정한 연령부터는 전혀 성장하지 않는 아이, 여러가지 힘을
가진 아이가 있었습니다."
존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카인으로 말한다.
"나의 힘은 죽지 않는 것입니다. 죽지 않아요. 베어도 목이 졸려도 불에 달군 둔기에 맞아도 결코 죽지 않습니다."
그가 말하는 동안 카인의 공격이 몇번인가 그의 피부를 찢었지만, 그것은 어느새 아물어 있었다.
적이 크게 검을 치켜들어 생긴 허점을 노려 카인의 찌르기가 존의 심장을 향해 박혀들었다.
"그래서 저는 모두에게 이렇게 불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존은 동요 없이 잔잔한 미소를 띤 채 그대로 카인에게 검을 찌르기 시작했다.
" 죽지않는 존 도우, [불사의 시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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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수당 두둑히 받아야 할 풀떼기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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