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두번째 인생~168.

사막위의 돌고래 2017. 3. 22. 21:26

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168



"자, 모두들, 장기 휴일은 잘 즐겼나?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풀어져 있어서는 안된다!"

교단 앞에 선 히슬로가 큰 소리로 견습 기사들에게 말한다.

"이번 학기는 원정 훈련과 기숙사 참여 서바이벌전이라는 큰 행사가 있다. 또한 궁의 행사에 참여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훈련도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망신이겠지만 말이다."

피는 옆에 있는 골무스에게 물었다.

"저기, 원정 훈련이랑 서바이벌전이 뭐야?"
"너는 정말……조금은 자신의 선배에게 묻고 정보를 모아라…."

골무스가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피와 쿠인을 봤다.
피의 왼쪽 자리에 있는 쿠인은 이쪽을 흥미진진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견습 기사 사이의 정보에 어두운 것이었다.

"이봐, 히스! 골무스!"
"아, 죄송합니다!"
"왜 내가 같이... 죄송합니다..."

피는 깔끔하게, 골무스는 불만을 늘어놓으면서 사과한다.
뭐 , 불만이 있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그리고 히슬로는 잠깐 주의를 준 뒤 피를 보고 말했다.

"그리고 히스. 이올님의 소집이 걸렸다. 오후에 만나러 가라."
"대장이 호출? 뭘까"

피는 눈을 끔벅이고, 그렇게 중얼거린다.



오후 훈련에 들어가는 친구들과 헤어진 피는 집회소로 향했다.
집회소에 들어가면 이올이 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장!"

피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이올에게 달려간다.
이올도 자신도 잘 모르겠지만, 문득 미소를 흘렸다.

"히스 잘 왔다"
"아뇨, 대장의 명령이라면!"

피는 팟! 하며 경례를 했다.

"그래서 오늘은 왜 부른 건가요?"

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올에게 물었다.

"아, 미안하다. 용건은 두 개다. 하나는 전해 둬야 할 것이 있어서 말이다. 앞으로의 견습 기간에는, 궁중에서 열리는 행사에 견습 기사가 참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 너를 참여시키게 할 수는 없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왜요?"

피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파티나 행사는 싫어하고 오히려 참여하지 않게 되어서 럭키일 정도의 기분이었다.
그리고 필과 직접 만나게 되면 곤란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유는 궁금하니 들어 둔다.

이올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을 줬다.

"이번의 적은 궁궐 내에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내부에 적이 있다면 너는 우리의 조커이다. 가급적 궁 안의 인간에게 직접 얼굴을 보인다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
" 알겠습니다."

역시 필 사건 때문인가. 하고 피가 조금 진지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올은 조금 고민하는 표정으로 피에게 말했다.

"이런 취급이 되어 버려서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도 일시적인 것이라고 약속한다. 꼭 언젠가 너를 거두겠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더 참길 바란다."
"아뇨, 정말 마음에 두지 않으니까요. 저는 대장을 섬기는 것 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오히려 그렇게 하면 곤란하다.
크로우씨처럼 일개 기사인 편이 좋은 것이다.
오히려 왕궁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기사가 형편이 좋다.
이올은 그런 것은 별로 눈치 채지 못한 듯, 의젓한 태도로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






그리고 오후 시간 
이올이 조금 전까지 했던 말과는 달리 피는 궁궐 안에 있었다.
다만, 변장을 하고 있다.

정원사 소년이 된 피는 이올의 뒤를 따라간다.
눈에 띄는 금빛 머리도 잘 잡아 큰 모자 안에 넣고, 얼굴도 모자로 자연스럽게 숨기고 있다.
성안의 마당이면 정원사 소년이 있어도 딱히 부자연스럽지 않다.
이 나라의 왕 루이는, 꽤 왕성의 출입을 자유롭게 하고있기에 아들을 데리고오는 정원사가 있는 것은 흔한 광경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왕궁으로 들어가면 부자연스럽게 생각되지만, 이올이 있으면 아무도 불러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이올에게 눈길이 간다.
수수한 몰골을 한 피의 존재감은 한없이 약하다.
굉장한 카리스마다.


사실 처음에는 시녀 분장을 하도록 제안된 것이었다.
이올대장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대장 가까이 붙어 다니는 시녀 따위가 있다면 오히려 눈에 띈다는 것을. 
그 뉴스가 번개처럼 왕궁의 시녀사이러 퍼져나간 다는 것을.

그렇기에 피가 정원사의 변장을 제안했다.


되도록 인기척이 없는 왕궁의 통로를 지나 한 방 앞에 도착했다.
피와 이올은 슬쩍, 아무도 보지 않는 틈에 그 방으로 들어갔다.

정원사 모습의 피가 가지고 있던 접이식 사다리를 방의 끝자락에 건다.
거기에 이올이 올라갔다.
그리고 이올이 천장을 누르면 선반이 옆으로 밀려서, 아주 좁은 공간이 나타났다.

"들어갈 수 있겠나?"
"네, 문제없습니다."

피는 그 공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에 의하면 옛날의 풀들이 이런 통로를 쓰고 첩보를 했다고 하는데, 지금 풀들 중에는 이 통로에 들어 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피가 나선다는게 되었다.

접사다리를 탄 이올에게 손을 뻗으면 안는 자세로 들어올려졌다.
그대로 피는 선반에 손을 걸고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구멍이지만 피에게는 딱 적당한 공간이었다.

그 안에서 이올과 눈을 맞춘다.

"무리 하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이 방을 사용하는 자들의 대화에 수상한 내용이 들리면 나중에 말해줘라."

피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올이 뚜껑을 닫았다.

( 좋아……)

임무 모드가 된 피는 카인에게 배운 대로 편안하게 마음을 비운다.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그 곳에서 기다린다.

이윽고 피의 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방 안에서 대화를 시작한다.

"재상 각하………습니다"
"인사는......요건만…이다........"

낮은 쉰 목소리와 날카로우면서 어딘가 심약할 듯한 목소리.
둘 다 작은 소리라 그런지 잘 들리지 않는다.

"어둠....나는………… 어쩔 수…"
"국가로서도…무척…"
"그런…………"

귀를 가까이 가져가 들으려 했지만, 피는 이올의 "무리하지 말라" 는 말을 떠올리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대신 들린 단어를 되도록 외우는데 집중했지만 별로 유용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것은 카인씨가 항상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두 사람이 방을 나가는 소리가 났다.

피가 그대로 숨은 곳에서 숨을 죽이고 있으면 선반이 열렸다.
대장의 낯익은 가면이 눈에 들어온다.

"수고했구나"
"네"

대장은 피를 은신처에서 꺼내서 바닥에 내려놓아 주었다.

"어떤 대화를 나눴지?"
"그게, 별로 들리지 않아서……"

회화 상대가 재상이라는 것은 이 첩보를 계획한 이올쪽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이외에 유효한 정보는 없었다.

"단지,  목소리가 높은 사람은 뭔가 서두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

이런 정보만으로는 정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피는 자신이 아무도움이 안되었다는 것이 기운이 빠진다.

"도움이 되지 못 해서 죄송합니다, 대장."

피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턱 하고 머리에 크고 따뜻한 손의 감촉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리면 대장의 큰 손이 머리 위에 올라와 있다.

대장은 문득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렇지않다. 충분하다. 잘했다. 히스"

그렇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따뜻한 손이 몇 차례 머리 위를 왕복한다.
피는 기분 좋은 감각에 눈을 웃음을 띄웠다.

그 때 문득, 왠지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





그날 밤, 
피는 신기한 꿈을 꾸었다.

세계는 회색으로 흐릿해져 있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영문도 모르고 간간이 주어지는 아픔만이 두려웠다.

"또 옷을 더럽히고! 몇번 말해야 아는거야! 정말 , 이 아이는!"

불쾌한 높은 목소리로 귓가에 큰 소리가 들리고 통증이 느껴졌다.
그것이 싫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멍하니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왜 우리가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해야 되는 거야. 다른 시녀들은 필님을 수행 할 기회가 있는데 , 우리는 이런 지저분한 아이 따위를……"
"그래. 최악이야"
" 하지만……때리는건 위험하잖아. 일단 공주인데 "
"흥! 이렇게 때려서 버릇을 들여 놓아야 돼!!"

그 말과 함께 또 통증이 느껴진다.

"그리고 , 때려도 국왕님도 왕비님도 눈치 채지 못해. 그래서 시녀 사이에서 최악의 한직이라고 하고 있어."

귀에 들리는 소리는 모두 어둡게 가라앉아 있어 , 피의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가만히 숨을 죽였다.
그녀들이 통증을 주지 않도록.
그러나 이 세계는 부조리했다.

"그래, 이렇게 때리고 스트레스 해소정도는 해야지! 물론 훈육도 겸하고!"

또 통증이 퍼진다.
이제 아무것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피에게는 오로지 회색의 통증과 어둠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이 회색의 어둠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날도 피의 몸에는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감각과 함께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마음 뿐.

그것은 피에게는 그것이 당연했고.
그러니까 이런 세계가 계속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오늘은 달랐다.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들은 적 없는 낮은 목소리가...

"도대체 뭐 하는 것이냐! 너희들은!"
"————님!?"
" 부끄럽지 않는가! 이렇게 어린 아이를 그런 식으로 다루고!"
"————님은 누구?"
"이봐, 그 ————의 "


항상 자신을 아프게 하는 높은 목소리가 불안한 것처럼 흔들린다.

"흐, 흥……. 타관 사람인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럽니까! 우리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모를텐데요 "
"아, 이 나라에 온 지 얼마 안 되니까. 너희들도 무슨 사정이란 것이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래도 이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그대들의 일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성의와 자부심을 가지고 그것을 소화하는 것이 그대들의 몫이다. 그것은 결코 이런 아이를 상처 입히는 방법이 아니다."

큰 그림자가 피를 지키듯 선다.
그리고 독특한 태도로 말한다.

"사람은 다양한 입장을 가지고 살고 있다. 임금, 농민, 귀족, 상인. 그리고 모두 그 역할을 해야 나라라는 것은 형태를 이루는 것이다. 너희들도 그 일이 주어진 프로일 것이다! 생각을 고쳐라!"
"........"

오랜 정적의 이후로 조금 맥이 없는 높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그렇다면 당신이 돌보면 되잖아요. 왕족으로 자라 우리의 고생도 모르는 주제에……"
"…… 알았다."


그렇게 낮은 목소리가 들기고 잠시 후, 발소리가 떠난다.
피는 조금 안도했다.
저 사람들 곁에 있어도 아픈 일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엇을 해야 좋을지도 모르고 그냥 서있으면 눈 앞에 얼굴이 보였다.

그것은 피가 처음으로 같은 높이에서 본 사람의 얼굴이었는지도 모른다.

" 괜찮니?……? 통증은……?"

낮은 목소리는 지금까지 들은 적이 없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아……"

피는 잘 알 수 없는 감정에 맡기고 입을 열었지만 그 입에서는 소리가 새어 나올 뿐이었다.
눈 앞의 얼굴이 눈을 부릅뜬다.

" 그런가…….너는.....말 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게 눈앞의 사람이 중얼거린 뒤 몸에 따뜻한 감촉이 퍼졌다.

" 괜찮다. 분명 말할 수 있게 된다...내가 잘 가르쳐주마!"

그것은 피가 처음 느낀 사람의 체온이었다.




그리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흘렀다.
피의 회색 세계는 빛이 있는 세계로 변했다.
슬픈 일도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행복한 일도 기쁜 일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매우 슬픈 일이 있었다.
정말 정말…….
아마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 가면 싫어……"

피는 중얼거린다.
그러면 눈 앞의 얼굴이 애처롭게 찡그렸다.

"미안하다…….나는 이제 이 나라에 있는 것이 용서되지 않는 몸이야……"

그 큰 옷 자락을 피는 꽉 움켜쥐었다.
그 눈가에 눈물이 스며나온다.

" 잊어 버릴꺼야……"
"음……"
" 떠나면……분명 나 따위는 잊어 버릴꺼야……"

이 세상에서 피의 존재감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눈 앞의 사람과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만약 멀리 떠나가면, 이 사람도 분명 자기를 잊어 버릴 것이다.
피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피를 봤다.

"그렇지 않아. 나는 결코 너의 일은 잊지 못할거다."

그 사람은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
그래도 피는 믿을 수 없었다.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그러면 커다란 몸은 언젠가와 같이 쭈그리고 앉아, 피의 눈동자를 보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스친다.

"그럼 약속할게. 아무리 ————, 아무리 —————도, 너와 ———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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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마지막 문장을 싫어합니다.

뭐라 씨부리는 거냐!!!!!!




이렇게
데이만 왕국은 그냥 폐기물을 넘어 방사능폐기물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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