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인생~155.
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155.
여기는 도벨 자작가의 영지에서 가장 큰 마을 포메라.
인구 700명 정도의 한가로운 마을이다.
인구는 적지만 선대 영주가 새 것을 좋아하고, 거둔 세금을 마을에 돌려 설비 투자에 쓰고 있어서인지 꽤 발전하고 있다.
초입의 길은 포장되어 있고, 흰색 벽돌 건물이 예쁘게 줄지어 있다.
그 아늑함 덕분인지 마을은 도시를 넘어 이동하는 상인들의 역참으로서 발전했다.
그런 마을에 태어난 처녀들은 평소대로 거리에 모이는 이야기를 나눴다.
귀가 밝은 데보라가 오늘의 소중한 정보를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쿠인님이 돌아오셨데!"
"쿠인님이!?"
그 정보에 여자들은 활기를 띄었다.
쿠인님 이라고 하면 이 땅을 다스리는 도벨자작가 외아들이다.
현재 부모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작위를 이어 영주를 맡고 있다.
그런 쿠인은 이 영지에 사는 여자들에게 인기의 존재이다.
예쁜 백금색 머리를 한 그 외모는 그야말로 왕자.
게다가 이국의 어머니의 피를 이은 갈색의 피부가 그에게 새로운 매력을 더하고 있다.
보랏빛 눈동자는 언제나 진지하고, 성격은 과묵하지만 온화하고, 영민을 결코 깔보지 않는다.
그런 존재이니 이 세대 여자들이 동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쿠인님.....작년에도 멋있었는데 견습 기사가 되고, 또 멋있게 되었겠네요……"
지난해 시찰에 왔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동네 처녀 한 사람이 뺨을 붉힌다.
"이제 여기에 진득하니 붙어있어 주셨으면 좋겠는데"
"그래, 우리가 전력으로 키워보이겠어!"
그런 쿠인에 대한 유일한 불만이라고 하면, 좀처럼 이 땅에 있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사로서 입신양명한다며 검 수행에 가서는 해서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일년에 몇번은 돌아와서 영민들에게 모습을 나타내 주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말이지 부족한 것이다.
견습 기사가 되었을 때도 멋지지만, 그 때문에 왕도에 가고 말았다.
선대의 영주처럼 세수에 의지하지 않고 생활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는데, 동네 처녀들에게는 오히려 계속 여기에 있어주길 바라는 것이다.
"우후후, 이번 우리 부모님이 쿠인님에게 새 침대를 드리러 간다구. 나도 돕겠다고 해서 따라갈꺼야!"
"아, 교활해!"
"항상 집의 심부름은 제대로 못하면서"
가구점의 딸, 코로나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우리도 갈게!"
"바보구나. 그렇게 되면 뭐가 목적인지 바로 들킬껄"
"크으으으...이번에는 마을에 오지 않을까"
"이제 오셔도 좋은 시점 인데……쿠인님……"
쿠인이 동네에 오고 있다고 하는데도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소녀들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
"아아 ,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이때, 눈이 좋은 겔토 가 큰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사냥꾼의 딸이다.
그것이 눈이 좋은 것과 무슨 인과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되어 있다.
"무, 무슨일이야 겔토. 또 산토끼라도 찾은거야……?"
"토끼 따위 보고 할 필요없어. 적어도 숫사슴이라도 찾으면 말해야지."
쿠인을 만나지 못해 나른한 기분인 딸들의 반응은 옅었다.
그러나 겔토는 경악한 얼굴을 하고는 한점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거! 쿠인님 집의 마차가 아닐까!?"
"뭐? 어디 어디 어디!?"
"쿠인님! 쿠인님!?"
쿠인의 이름이 나오자 여자들은 갑자기 동시에 반응하며 눈을 크게 뜨고, 겔토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언덕 길을 따라 다가오고 있는 작은 그림자를 찾아낸다.
1두의 검소한 마차가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틀림 없다.
도벨 자작가의 마차이다.
소녀들은 황급히 마을 입구까지 이동한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 가장 가까운 집의 그늘에 숨어 마차를 지켜봤다.
소란스럽고 부산을 떨어도 부끄러워하는 나이인 것이다.
작지만 품위있는 마차는 마을 입구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서 멈추고 문이 안에서 열린다.
소녀들은 그 광경을 아까보다 더 눈을 크게 뜨며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열린 마차 속에서 아름다운 백금에 가까운 금빛 머리가 나타났다.
이국의 색깔에 물든 옆 얼굴과, 보라색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소년은 우아하면서도 작은 짐승 같은 부드러운 동작으로 마차의 계단을 내려가 마을에 내렸다.
"쿠, 쿠인님……"
자신들 중 누군가가 중얼거린다.
그렇지만 다들 같은 기분이다.
틀림 없다.
쿠인님이다.
조금……, 조금 키가 자랐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년이다.
오랜만에 보는 영주의 모습을 바라보는 소녀들은 감동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올해도 한번은 인사하고 가능하면 그대로 대화를 하자고 결심한다.
특히 쿠인님은 동네 가게같은 것을 둘러보니. 이 기간이 되면 딸이 있는 집의 심부름 빈도수가 높아지는 것은 부모들에게도 주지의 사실이었다.
마을에 온 쿠인님은 이대로 걸어서 촌장의 집에 가는 것이 통례였다.
우선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고 생각한 소녀들의 시선의 끝에서, 쿠인은 마차 쪽으로 몸을 돌려 들여다보면서 손을 내밀었다.
"히스, 손 빌려줄게."
"고마워. 쿠인"
쿠인이 마차 쪽으로 내민 손.
그것을 따라 마차 속에서 하얀 손이 뻗어나와 쿠인과 손을 잡았다.
"에?" 하며 망연한 소녀들 앞에, 평소 한 사람밖에 나오지 않는 마차에서 또 한명, 낯선 사람이 나왔다.
금빛 머리에 파란 눈동자, 분명한 귀족의 차림을 한 자신들 또래의 소녀.
키는 작지만, 시녀 옷에 몸을 감싸고 조금 얇게 한 화장과 머리 다듬는 방법이 세련되어 있어서, 도시의 분위기를 풍긴다.
살고 있는 곳은 시골이지만, 상인의 출입이 많아 패션에 신경을 쓰던 소녀들은 어째서인지 졌다는 기분에 휩싸였다.
쿠인에게 지탱 받으며 마차에서 내린 소녀는 거리를 둘러보다가 쿠인 쪽을 향해 웃는다.
"굉장히 좋은 마을이네. 마을이 하얘서 예뻐."
"아버지가 제안했어.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통일하면 찾아 주는 사람도 많아질 거라고 "
"헤에~ "
소녀는 쿠인과 정다운 듯한 분위기로 말을 나눈다.
"그럼 우선 촌장의 집에 갈까"
"네, 주인님"
그렇게 말하고는 쿠인의 뒤를 따라, 촌장의 집으로 걸어갔다.
소녀들은 굳어 있었다.
굳어진 채 입을 벌린 체, 촌장 집으로 향한 쿠인을 쫓아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못 박혀 있었다.
그리고 소녀와 함께한 쿠인의 모습이 처녀들의 시야에서 사라질 무렵, 벽에서 꾸지직 하는 소리가 났다.
리더인 헤라가 동요한 얼굴로 하얀 벽에 매달려서는 손으로 그 벽을 힘껏 잡아 매고 있었다.
벽인지라 별로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손으로 죄고 있는 그 힘에, 기묘한 삐걱 소리가 주위에 울린다.
그 입에서 짜내듯이, 쉰 목소리가 나왔다.
"누, 누구야...그 아이……"
동네 처녀들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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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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