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인생~152.
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152.
피는 쿠인의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 히스가 여기에 있는 동안 여자로 지내길 바란다』
우선 피는 이번에 쿠인의 부탁을 들어 준다고 하면서, 뭔가 쿠인에게 득이 되는 것을,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부탁은 쿠인에게 이득이 안 된다.
그보다, 의미를 모르겠다.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자 얼굴을 붉힌 체 고개를 돌려 땀을 흘리는 쿠인이 있었다.
그 반응에 이 소원이 쿠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엿볼 수가 없었다.
피는 관점을 바꾸었다.
이 소원이 자신에게는 어떨까.
솔직히 모르겠다.
『 여기에 있는 동안 여자로 지낸다』
딱히 좋을 것도, 손해 보는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먼저 생각 나는 이유는, 괴롭힘으로서 평소의 울분을 푼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는 일단 여자인 것이다.
그것은 쿠인도 알고 있다.
여자에게 여자로서 보내라고 해도 괴롭힘 따위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역시 결론으로 나오는 것은 신경을 써준다는 것이다.
쿠인은 피가 여자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이 사람들의 눈길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여자로 지내라는 것은, 평소 남장만 하고 있으니 본래의 성별로 지내게 하고 싶다는 배려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 이상한 』 것이다.
왜냐하면 피는 , 자신을 생각한게 아니라, 쿠인에게 쿠인이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한 것이니까.
그리고 쿠인은 생각 끝에 이 부탁을 했다.
거기에는 쿠인의 소원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생각한 시점에 피는 문득 뇌리를 스치듯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야생 동물이라는 것은 마음이 깨끗한 존재인 것이라고 들었다.
그들은 인간처럼 물욕에 지배되지 않고 순수하게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쿠인도 같은 것이다.
마음이 깨끗하가에. 욕망을 거의 가지지 않았다.
순수하기에 ―― 그렇기에 부탁을 해도 이쪽을 배려하여, 그런 답을 꺼낸 것이다.
피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쿠인이 분명 뭔가 요구 할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억지로 얻어내려고 했으나, 그것은 피가 가진 인간 불신이 만들어 낸 오만이었다.
피는 친구가 순전히 자신을 위해 입에 올린 말을 순순히 받기로 했다.
쿠인을 보고 빙긋 웃었다.
"응, 그럼 그렇게 할께."
피는 이 보기 드물게 순수하고 깨끗한 친구를 소중히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는 정말 미안하니 , 그 부탁을 이쪽에서 멋대로 살짝 『색』을 입혀 주기로 하면서 말이다.
피가 끄덕이자 쿠인은 놀란 얼굴을 했다.
"괘,, 괜찮겠습니까?"
"응. 그러면 카산드라씨와 벤노씨에게 말해야겠네. "
"저, 정말……?"
믿어지지 않는 다는 얼굴을 하는 쿠인에게 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쿠인이 믿는 사람들이잖아. 그렇다면 분명 괜찮아"
솔직히, 여장 훈련이라는 것으로 말 할까 망설였지만, 쿠인은 카산드라도 벤노도 믿고 있을 것이므로, 둘에겐 말해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귀족 사회로부터 격리된 시골에 사는 노인이며 그 외에 다른 눈이 없는 것이라는 타산적인 이유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함께 침대에서 잘 수는 없겠네"
역시 여성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당주인 쿠인과 함께 침대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무리 피라고 해도 여기에서는 제대로 판단했다.
"아쉽다……"
"어, 어쩔수 없네요……"
친구들과 함께 침대에서 숙박.
조금 동경하는 상황이었다.
쿠인에 대한 친근감이 커진 지금에 와서는 더욱 그렇다.
쿠인은 안심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어딘가 아쉬운 기색이 살짝 감돌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피는 카산드라와 벤오에게 사과한 뒤 다시 성별을 밝혔다.
그리고 피는 카산드라와 함께 침대에서 자게 됐다.
아침
평소대로 혼자 침대에서 취침한 쿠인은 누군가가 몸을 흔드는 감각에 잠에서 서서히 깨어난다.
"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주인님. 주-우-이-인-니-임."
누군가 자신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그것은 알 수 있다.
그러나 카산드라는 이런 방법으로 일으키지 않는다.
애초에, 귀에서 비교적 크게 울리는 이 목소리는 젊은 여성의 것이었다.
게다가 몸을 흔들고 있는 손이 작고 말랑말랑 하다.
"아침이에요~주인님"
멍하던 의식이 점점 또렸해져 나가고,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깨닫는 순간 쿠인은 벌떡 일어났다.
눈을 뜬 상태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본 쿠인은 믿기지 않는 것을 목격한다.
쿠인을 잠에서 일으킨 젊은 여자의 목소리는 히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대로, 히스가 침대 옆에 서 있다.
왠지 즐거운 미소를 짓고.
시녀의 옷을 입고.
"히, 히스....?"
"안녕하세요. 주인님"
빙긋 웃음을 지으며 아침 인사를 하는 피의 모습은, 차분하게 머리를 빗고 시녀용 에이프런 드레스와 하얀 캬츄샤를 머리에 쓴 소녀 그 자체 였다.
히스는 멍하니 있는 쿠인을 보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여자의 모습으로 지내는 것만으로는 답례가 안 돼서, 여기에 있는 동안은 쿠인의 시녀로 일하기로 했어. 그러니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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